"요행을 노리는 마음을 노려라"

도박산업이 날로 번창한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사행심에 기반을 둔 산업답게 불황이란 없다.

경제가 어렵고 사회가 불안정할수록 고개를 드는 "한탕주의"와 "현실로부터
의 도피"는 이 산업의 또다른 자양분이다.

미국 유럽등 선진국에서 막다른 골목에 이르른 자본주의의 돌파구로 더
이상 윤리의 눈치를 보지않고 국가가 선도해 키워온 도박산업.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도 강력한 의지와 풍부한 잠재수요로 멀지 않아 선진국
수준을 따라잡을 태세다.

서민들의 희망인 복권.

단돈 5백원으로 "일확천금의 기회"를 살 수 있고 곳곳에 판매대가 설치돼
있어 부대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또 문화체육부 노동부 과학기술처 주택은행 등에서 총 9종(추첨식 2종.
즉석식 7종)을 발행, 다양한 품목을 즐길 수 있다.

복권발행을 담당하는 총리실의 제2행정조정관실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발행
매수는 약 13억6백만매.

총 5천억원이상이 판매됐고 올해도 복권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어
5천8백억원대를 무난히 돌파할 것이란 예상이다.

매주 토.일요일 열리는 경마와 금~일요일 3일간 경기가 치뤄지는 경륜.

따분한 일상과 일의 수고에서 벗어나 탁트인 야외에서 긴박감 넘치는
경주의 쾌감과 도박의 묘미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급속히 대중적인
레저로 정착하고 있다.

꾼들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샐러리맨, 일반 가족등을 대상으로 수요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환급률이 높고 베팅과 결과간의 시간차가 짧아 승부를 금방 알 수 있는
점이 매력적.

올 1월부터 4월13일까지의 매출액이 경마는 8천3백35억여원, 경륜은
2백60억여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경마는 13%,경륜은 무려 87%나 증가한
수준.

입장객 기준으로 경마인구는 7백50만, 경륜인구는 6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마산업은 95년말 매출액이 2조1천2백47억원으로 세계 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같이 복권 경마 경륜사업이 호황을 누리자 각 지방자치단체는 복권
사업권을 따내거나 경마나 경륜 경기장을 유치하려고 혈안이다.

매출액중 10%가 지방세로 책정돼 있어 경기장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재정이
넉넉해지기 때문이다.

슬롯머신.

비교적 싼 요금으로 사행심을 적절히 만족시키고 혼자서 언제든지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샐러리맨에겐 안성맞춤이다.

서울 3백여곳의 성인오락실을 비롯, 슬롯머신시설은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

이어 해외를 떠돌던 전문도박인이나 호기심많은 오락추구자들을 위한
카지노영업이 곧 시작됨으로써 자체 수요의 기반을 둔 도박산업은 웬만큼
다 갖춰지는 셈.

도덕불감증, 턱없는 환상을 유포시켜 개인파산이나 가정파괴, 범죄증가 등
부담을 안고서도 도박산업을 키우는 이유는 무엇보다 순수입이 전체매출의
30~50%나 돼 수익성이 좋기 때문.

국가에서는 부족한 재원을 손쉽게 충당하고 "부의 재분배"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또 도박산업을 잘만 키운다면 유사이래 있어온 도박을 음지에서 은밀히
행해지는 불온한 행위에서 제도권의 건전한 오락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그럴듯한 명분도 있다.

곧 우리나라도 "카지노의 나라 미국"과 "파친코의 나라 일본" 못지 않은
"도박공화국"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