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5일은 필자가 몸담고 있는 현대그룹이 창업 50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47년 현대토건이라는 작은 건설회사로 시작한 현대그룹은 50~60년대에는
전후 복구사업과 국토개발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국내 최초로 해외
건설시장을 개척하였고 70년대는 조선, 자동차등에 집중투자, 한국 중공업의
기반을 확립한 바 있다.

또 80년대는 전자, 항공산업 등 첨단산업에 진출하여 "기술한국의
꿈"을 실현한 한편 90년대는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북방경제 개척과 신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굴지의 기업이다.

그렇게 우리가 흔히 반세기라고 표현하는 50년 동안 현대그룹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한 가운데 있었고 현재는 국민의 기업, 세계 속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되었다.

특히 현대그룹의 역사는 해방 후 우리 경제가 이룩해놓은 괄목할 만한
성장과 그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데서 그 의의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반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는 다양하다.

먼저 온전한 하나가 되기 전의,한창 진행중인 상태를 의미하는가 하면
절반의 뜻으로 사이좋게 나눈다는 의미도 있고 또 가운데 즉, 종용의 뜻도
어느정도 내포하고 있다.

물론 그밖에 아직 하나가 채 되지 못했다는 얼마간의 부정적인 뜻도 없지
않기는 하지만 필자는 이 중에서 첫번째 의미의 "반"을 특히 좋아한다.

완전한 하나가 되기 위해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뛰어가다 보면,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눈부시게 그 실체를 드러내는 나머지 반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고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일이라도 신바람이 나고
탄력이 붙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의 의미는 어떻게 보면 완전한 하나의 의미보다도 더
희망적이라고 할수도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창업 반세기란 위업을 발판으로
보다 완전한 하나를 위해 새롭게 도약하는 현대그룹과 21세기를 눈 앞에 둔
우리 경제의 미래 또한 상당히 희망적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