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몸이 아팠다. 몸이 음식을 받아주지 않았다. 두통도 왔고, 몸이 추운 것인지 봄이 추운 것인지 헷갈렸다. 작년엔 봄나물을 많이 먹었는데 올해는 봄나물을 먹지 못했다.한의원에 가 침을 맞고 약을 지어왔다. 한약을 먹는 동안,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지 어제는 동네 책방 지구불시착 사장님과 함께 저녁 메뉴를 고르다가 “한약이 몸에 안 좋은 거 아니야?”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래도 겨우겨우 찾아낸 길 건너 보리밥집의 비빔밥은 얼마나 맛있던지. 그러다 생각났다. 피해야 할 음식에 무가 있었는데, 보리밥에 넣어 비벼 먹으려던 무생채가 무라는 것을. 한참 비빔밥 안에서 무생채 가닥을 골라내는데 사장님이 말했다. “한약은 정말 나쁜 것 같아.”얼마 전엔 군산 하재마을 팽팽 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미아 해변 낭독 유랑단과 함께 군산에 다녀왔다. 약속 시간에 맞춰 서울역에 도착했는데, 역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들이 한 명도 없었다. 단체 카카오톡을 보니, 출발지가 용산역이란다. 이럴 땐 뭐든 거듭 확인하는 김은지 시인의 부재가 아쉽다.“서울역인데 왜 서울이라고 되어 있어? 용산도 서울이잖아?” “대구역을 봐. 여기도 대구라고 되어 있잖아? 익산역도 익산. 구례구역도 구례구. 맞지?”은지 시인은 나의 맞춤 설명에 만족한 듯 그제야 서울이 서울역인 것을 받아들였었다. 살다 보면,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삶의 진가를 알게 되는 날이 오고 그날이 오늘이다. 기차 출발 18분을 남겨 두고 허겁지겁 지하철 1호선을 향해 뛰었다. 용산역까지는 두 정거장이니까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다.“출발지가 용산역이야?” “표 누가
유물론적 관점에서 보면 예술의 창작과 매개, 향유 활동은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엉뚱하지만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한 번쯤 던져볼 만한 질문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예술계에서 이뤄지는 자원 낭비와 환경 파괴 문제에 대해 예술 기획자인 필자도 그리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했다. 위대한 예술을 위해 사용 가능한 자원을 쓰는 건 당연하다고 여겼으니까….일본의 비평가 스미토모 후미히코는 예술 전시 하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까지 수많은 지구 자원이 낭비된다고 비판했다. 일회성 전시 공간을 조성하느라 적잖은 목재와 철재가 사용되고, 홍보를 위해 많은 리플릿과 도록을 제작한다. 커튼과 전선, 플라스틱 등 공간 조성과 연출을 위해 많은 자재가 사용된다. 그리고 이 모든 자재는 전시가 끝나면 바로 폐기 처분된다. 일회용으로 각종 자원이 소비되는 전시가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셀 수 없이 열리고 있다.식량과 환경을 고려할 때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인류는 약 80억 명이란 인구학자의 주장이 있다. 그 수를 넘으면 지구가 지금의 균형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고 그 학자는 경고했는데 이미 전 세계 인구는 80억 명을 넘어섰다. 자연 농경이나 가축 사육으로 인간이 필요로 하는 수요를 맞추기 어렵게 된 지 오래다.영화 ‘매트릭스’에서 지구를 지배하는 인공지능 기계의 파편 스미스 요원은 인간 측 지도자 모피어스에게 속삭인다. “내가 연구해보니 너희는 포유류가 아니었어. 지구상의 모든 포유류는 본능적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데 인간은 안 그래. 한 지역에서 번식하며 모든 자원을 소모해 버리지. 너희와 똑같은 생존 방식을
4월, 몸이 아팠다. 몸이 음식을 받아주지 않았다. 두통도 왔고, 몸이 추운 것인지 봄이 추운 것인지 헷갈렸다. 작년엔 봄나물을 많이 먹었는데 올해는 봄나물을 먹지 못했다.한의원에 가 침을 맞고 약을 지어왔다. 한약을 먹는 동안,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지 어제는 동네 책방 지구불시착 사장님과 함께 저녁 메뉴를 고르다가 “한약이 몸에 안 좋은 거 아니야?”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래도 겨우겨우 찾아낸 길 건너 보리밥집의 비빔밥은 얼마나 맛있던지. 그러다 생각났다. 피해야 할 음식에 무가 있었는데, 보리밥에 넣어 비벼 먹으려던 무생채가 무라는 것을. 한참 비빔밥 안에서 무생채 가닥을 골라내는데 사장님이 말했다. “한약은 정말 나쁜 것 같아.”얼마 전엔 군산 하재마을 팽팽 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미아 해변 낭독 유랑단과 함께 군산에 다녀왔다. 약속 시간에 맞춰 서울역에 도착했는데, 역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들이 한 명도 없었다. 단체 카카오톡을 보니, 출발지가 용산역이란다. 이럴 땐 뭐든 거듭 확인하는 김은지 시인의 부재가 아쉽다.“서울역인데 왜 서울이라고 되어 있어? 용산도 서울이잖아?” “대구역을 봐. 여기도 대구라고 되어 있잖아? 익산역도 익산. 구례구역도 구례구. 맞지?”은지 시인은 나의 맞춤 설명에 만족한 듯 그제야 서울이 서울역인 것을 받아들였었다. 살다 보면,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삶의 진가를 알게 되는 날이 오고 그날이 오늘이다. 기차 출발 18분을 남겨 두고 허겁지겁 지하철 1호선을 향해 뛰었다. 용산역까지는 두 정거장이니까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다.“출발지가 용산역이야?” “표 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