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의 살아있는 역사를 만들며 달려온 사나이들이 모여있는
인천제철내에는 무척 많은 취미활동 서클이 있고 활동 또한 매우 활발하다.

이 가운데 필자가 낚시회를 선택하고 모임에 참석하는 이유는 기다림에
대한 설렘 때문이다.

낚시! 그것은 까까머리 시절, 고갯마루에서 까만 눈의 소녀를 기다리는
설렘과 같다.

한여름밤 금방이라도 우수수 떨어질 것만 같은 은하수 아래 물빛에
반사되는 케미라이트를 바라보면 어린시절 할머니로부터 들은 용이 못된
이무기의 전설이 생각나고 톡 톡 치는 찌를 응시하노라면 세상사 모든
근심이 가라앉는다.

황금빛 벌판이 넘실대는 가을녘의 낚시는 풍요로움이 있다.

살이 통통 오른 가을붕어는 아름다운 여인네의 몸매로 다가와 살림망에
포근히 안기고, 조금은 추운 밤공기에 몸을 웅크리며 밤새워 이웃과
속삭이는 대화가 있어 더욱 좋다.

물고기는 잡아도 좋고 못잡아도 그만인 달관의 경지에 도달했지만
아직도 "많이 잡으셨어요?"하는 질문에 "아! 예예"하며 혹시 살림망이라도
들춰 볼까 계면쩍어 하는 것은 아직도 욕심이 남아 있는 탓일까.

늘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직장동료도 저수지에서 함께 있으면 더욱
새롭고 동료애가 절로 생겨난다.

지난 53년 창사이래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아래 발전을 거듭해온 우리
"인천제철낚시회"는 회원이 1백50명으로 월3회 3교대 근무변경에 따라
출조를 하고 있고 필자가 낚시회 고문을 맡고 있다.

매사에 열성적으로 회원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조수명 회장과 전국
낚시터의 조황에 신경쓰며 회원 모두가 손맛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애쓰는 한상민 총무, 찌를 직접 만들어 회원에게 나눠주며 자상하게
낚시의 정도를 가르쳐주는 박승호 고문,그리고 각 교대조별로 구성된 조별
회장단에 의해 한치의 빈틈도 없이 화목하게 운영되고 있다.

늘 그리움을 안고 기다리는 낚시, 구름에 달가듯 세월이 가도 기다리는
설렘은 영원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