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호 <숙명여대 교수>


최근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올 1.4분기의 실업률이 3%에 육박하고
있다.

실업률의 변동은 경기후행적인 특징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하반기에는 실업률이 3.5%대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95년과 96년의 연평균 실업률이 2.0%였다는 사실과 비교할 때 이같은
올해의 실업률 추이는 급격한 상승추세라 하겠다.

2년전만 하더라도 인력부족 문제가 대두되었으나 이제는 고실업시대에
대한 대비책 강구가 시급하다는 목청이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실업률 3%대 수준자체는 완전고용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특히 10%에 근접하는 고실업의 고통을 겪고 있는 여러 선진국과 비교할
때 3%대의 실업률은 대단히 낮은 완전고용수준이라고 볼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외부로 느끼는 고용사정과 조만간 전개될 고용여건은
완전고용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데 공감하지 않을수 없다.

그 요인으로는 첫째 노동수요증가의 둔화추세 지속이다.

현재의 실업 급증이 경기하강에서 연유되는 면이 적지 않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요인으로서는 최근 우리경제가 경험하고 있는
구조전환과 기술집약도 증대로 초래되는 성장의 고용창출력 급감이다.

제조업 부문 취업자의 감소, 서비스업의 고용창출 둔화, 그리고
고용불안정의 증대 등은 모두 노동수요증대 추세의 감소를 반영하는 것이며,
또한 이러한 경향은 향후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노동공급측면에서 경제활동인구의 빠른 증대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여성을 비롯한 잠재노동력의 경제활동참가가 올해 실업급증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이같은 노동공급구조의 변화는 향후 상당기간 노동공급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이같이 노동시장의 수급측면에서 고용불안 요인이 부각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추정된 공식 실업률이 여전히 낮은데는 우리의 실업률 추계방식
자체의 한계점도 한몫 거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제활동인구 표본조사를 통해 15세이상의 군인을
제외한 생산가능한 민간인가운데 조사기간중 수입을 목적으로 조금이라도
일한 적이 없는 사람가운데 구직활동을 한 사람만을 실업자로 파악한다.

다시 말해 취업의사 보다는 구직활동여부가 실업의 준거로 간주된다.

따라서 취업의사가 있더라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을 경우 비경제활동
인구로 분류된다.

이같은 실업추계방식은 ILO 권장방식이며 미국 일본 등도 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어 유용한 지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추계방식은 우리나라의 고용구조및 관행에서는 인력활용도와
고용실태를 왜곡시키게 된다.

그 요인으로는 다음의 세가지를 지적할수 있다.

첫째 묵시적인 우리나라의 구직관행이다.

선진국에서는 직업소개및 알선기관이 잘 발달되어 있어 이러한 기관을
통하여 구직하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으며, 실업보험금 수령자체가
구직활동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직업소개가 안면을 통해 이루어지고 실업보험 적용도
매우 한정적인 실정이다.

따라서 실업이 되었거나 신규실업자로 노동시장에 진입한 사람의
경우에도 구직활동은 대체로 소극적이지 않을수 없다.

특히 경기하강국면에서는 실업의 잠재화가 심화된다.

그 결과 상당수의 실질적인 실업자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게 된다.

둘째 한국의 경우 근대적인 고용관계가 정착되지 않고 있는 농업부문및
도시비공식부문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점하고 있어 이들 부문에서
실업의 현재화가 크게 억제되고 있다.

농가의 실업률은 노동사정과 관계없이 항상 1%에 크게 미달되고 있다.

도시비공식 부문에서는 열악한 근무조건과 형편없이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
많은 근로자가 취업하고 있거나 거의 실업상태에 있지만 이들은 생존을
위해서 조그만 활동이라도 포기할수 없어 대부분 취업자로 분류된다.

마지막으로 실업률이 노동력 활용상태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주일중 하루라도 수입있는 일에 종사한 자를 모두 취업자로 간주함에
따라 불안정고용및 불완전 취업자의 비중이 큰 한국의 경우 실업률은
고용사정의 올바른 지표로서 활용되기가 어렵다.

이같은 한국적인 취업구조및 사정 때문에 비경제활동인구의 상당수가
취업의사를 분명히 가지고 있으나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고 있어 추정된
완전실업(open unemployment)은 실제의 노동력 활용상태보다 낮게 된다.

최근의 한분석에 따르면 이같은 잠재실업자(hidden unemployment)는
경제활동인구의 1.5%내지 2%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도시부문 실업률을 선진국과 비교할 경우 공식적인
실업률에 1.5%포인트 정도를 더 잡아주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고 하겠다.

물론 현재의 실업추계 방식보다 우월한 추계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기존의 구직활동만을 기준으로 파악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취업의사도 동시에 포착하는 방향으로 변경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실업률의 국제비교시에도 각 국가별로 실업률의 정의와 집계방식이
약간씩 차이가 있으므로 이를 조정한후 비교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우리나라 실업통계의 이같은 구조적 한계점을 고려할 때 현재의 3%대의
실업률은 결코 안이하게 대처해도 무방한 상황이 아님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