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하는 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현재 우리 경제는 회생 잠재력마저 위협받고 있는
심각한 위기국면에 직면해있다"며 "정치권은 국민들의 역량이 경제회생에
집결되도록 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선분위기가 조기에 가열되지 않도록해 경제안정에 주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전경련이 "돈안드는 선거"를 역설한데 이어 나온 것이다.

한보와 김현철 문제로 벌써 몇달째 경제와 민생문제가 뒷전으로 밀린 것은
또 그렇다 치더라도 벌써부터 여당도 야당도, 그리고 정부도 마음은
"콩밭"에만 가있는 형국이니 재계뿐아니라 경제를 생각하는 입장에서 보면
정말 걱정스럽기만 하다.

경제관련 법령 등 86건이 상정될 예정인 6월 임시국회가 <>정치자금관련
특위구성문제 <>관련법안에 대한 당정협의미진 등의 사유로 불투명하기만
하다는 것 만으로도 정치권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정기국회 회기가 대통령선거기간이기 때문에 이번 임시국회에서 이들
민생관련 법안들을 처리하지 못하면 그 후유증이 적잖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금융개혁관련법안 자금세탁방지법 실명제대체입법 공기업민영화
관련법 벤처기업지원법 조세감면규제법 근로자생활향상과 고용안정지원법
등 이번 임시국회에 상정될 예정이었던 법령중 상당수는 아직 당정협의를
시작조차 못한 단계다.

금융개혁위원회의 구상과 재경원구상이 달라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개혁
관련법에 대해서는 하루에도 몇건씩 "논평"을 쏟아내는 여.야당이 하나같이
단한마디 말이 없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있다.

설령 임시국회가 예정대로 내달중에 열린다 하더라도 이른바 고비용정치
구조개선을 위한 특위를 구성하느냐 마느냐, 구성한다면 여.야 동수로
하느냐 의석비율로 하느냐는 문제로 또 한차례 줄다리기를 벌일 것이고 보면
이래저래 경제관련 법안처리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

제대로 심의조차 하지 않은채 회기말에 무더기로 방망이를 치거나 아니면
그렇게도 못할지도 모른다.

경제구조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수도 있는 금융개혁관련법 등을 이렇게
무책임하게 다루어도 좋은지.

정치권은 스스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따로 있다.

헤아리기도 어려울 지경인 용들의 뒤뚱거림, 또 나오고 있는 대대적인
사정설 등 정치권 난기류가 경기에 더욱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선거가 경제에 주는 역(역)작용은 비생산적인 자금이 풀린다는 점에
못지않게 사회적 분위기 이완(이완)에 있다.

전당대회 시기문제 등을 놓고 이른바 용들이 벌이고 있는 여당권의
각축전, 임기말인 데다 한보.김현철파문이 겹쳐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권력누수현상이 상승작용을 해 대선분위기가 앞당겨 가열되고 있는 점은
그래서 걱정이다.

대대적인 사정설도 그렇다.

부정척결을 위한 사정은 언제라고 멈출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작단계에서 대상자 숫자까지 밝히는 식의 방법론과 지금이
적당한 때인지 따져볼 대목도 없지 않다.

좀더 진지하게 경제를 생각하는 정치권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