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퇴직이 늘어나면서 퇴직자들의 제2 사회생활을 지원키 위한 기업들의
대책마련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장기불황으로 명예퇴직이 사회문제로까지 번지자 그동안 친목회 수준의
퇴직자모임을 측면지원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창업교육, 정착금 지원, 촉탁
직원으로의 재고용 등 적극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이는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 늘어나는 퇴직자들을 회사의 평생가족겸 고객
으로 자리매김하는 한편 "회사가 직원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외부적으로는 믿을 만한 회사라는 이미지까지 심어 1석 3조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경조사때 중간연락처 수준에 머물던 OB모임도 각 그룹및
기업들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창업보육센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는 상당수가 별도의 사무실에다 본사 직원까지 파견, 퇴직자들
의 재기활동을 돕고 있을 뿐만아니라 금융알선 창업교육 건강교육 등을 하고
있다.

조기퇴직자들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택하고 있는 가장 일반화된 지원방안은
창업교육.

퇴직을 앞둔 상태에서 강사를 초빙하거나 퇴직후 전문 창업교육기관에 교육
을 위탁하는 방식이 주로 취해지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올초 명퇴자 1백70명 가운데 희망자 36명을 전문 창업육성
기관인 한국생산성본부에 위탁, 4일간의 교육을 받도록했다.

이에 앞서 포스코개발은 지난해 소자본 창업과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강의를
마련해 사내 명예퇴직 희망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자 최근 포항지역 명퇴자
를 대상으로 강좌를 개최했다.

명예퇴직자들을 촉탁사원으로 재고용, 풍부한 경험을 되살리도록 하는
사례도 부쩍 늘고 있다.

퇴직자들에게 생활터전을 제공하는 동시에 실익도 챙기겠다는 생각에서다.

현대자동차는 현대그룹 퇴직자 뿐만아니라 다른 기업체와 공기업 관공서
등의 명퇴자들을 촉탁사원 형식으로 채용, 영업일선에 배치하기로 하고 1차로
30명을 뽑았다.

현대자동차는 이들 명퇴자들을 오는 26일 서울 논현동에 국내 처음으로
문을 여는 명퇴자 전문자동차 판매점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우자동차도 "카 컨설턴트"라는 이름으로 명퇴자를 채용키로 하고 최근
69명의 신청자를 받았다.

특히 동부화재는 올초부터 퇴직자들에게 2개월간의 손해보험대리점 자격교육
및 영업교육을 실시, 영업맨으로 재고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1년동안 영업
실적에 따라 별도의 정착지원금까지 주고 있다.

또 전국 3백여개와 70여개의 직영주유소를 각각 갖고 있는 LG정유와
쌍용정유는 일부 퇴직자들을 이들 직영주유소에 위탁운영인으로 흡수하고
있다.

회사의 업종과 관련된 사업을 지원하는 고전적인 형태도 이어지고 있다.

두산그룹은 주류 서비스업과 관련된 창업을 자금과 함께 지원하는 대표적인
케이스.

OB맥주과 두산씨그램은 호프점 등 맥주전문업소나 양주대리점 단란주점
등을 창업하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은행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창업
자금을 대출하고 신제품 정보를 수시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퇴직임직원들에게 자동차정비공장 설립비용을 지원해온
현대자동차써비스는 오는 99년까지 정비공장 50개소와 정비코너 1백50곳 등
2백개소를 설립, 이를 퇴직임직원들이 운영토록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이같이 각 회사별로 구체적인 명퇴자 지원책이 나오면서 소극적인 퇴직자
관리모임에 머물고 있던 퇴직자모임이 본격적인 창업지원체제를 갖추고 있다.

삼성그룹의 OB임원 모임인 성우회는 아예 창업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소규모
창업을 지원하거나 재취업을 알선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상사업을 개발하거나 계열금융사 등을 통한 융자를 알선하고
있다.

LG그룹 퇴직임원모임인 LG클럽도 창업활동을 위한 집무실을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생산성본부의 창업교실 등 각종 창업교육기관에 교육을 주선하고 있다.

이같은 기업들의 퇴직자 끌어안기작업은 최근 실업률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김철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