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의 발달 등 대부분의 병의 원인 (병원)과 그 치료방법 등이
발견됐다.

그 결과 인류의 평균수명은 급속도로 신장되고 있다.

가령 결핵병은 결핵균에 감염돼 발생한 것이므로 결핵균을 약물이나
외과시술로 제거하면 치유가 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한 사람의 병의 원인을 생각해 보면 그 같은 의학적
병인과 결과만으로 포착할 수 없는 여러 측면이 있게된다.

그 측면에 대해 유명한 위생행정학자 J 핸론은 "위생행정의 프린시플"
이란 책에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어느날 폐염에 걸린 남성이 병원에 들려왔다.

의사가 진찰하고 여러가지 검사를 한 결과 폐염쌍구균에 의한 폐염이라고
진단됐다.

"그러나 병의 원인이 그렇게 단순한 것일까"하고 핸론은 의문을 제기한다.

"폐염쌍구균이란 흔한 병원균으로 보기 드믄게 아니다.

그러나 누구나 모두 폐염에 감염되진 않는다".

그래서 이 남성이 어떻게 폐염에 걸리게 됐는가를 조사해 보니 마음과
같은 상황이 있었다.

이 남성은 밤새 비를 맞으면서 공원의 벤치에서 잠을 잤다.

그 이유는 술을 과음해 만취됐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음한 까닭은 부부싸움에 있었고 부부싸움의 원인은 그가
실업한데 있었다.

그리고 그가 실업하게 된 원인은 그가 별 기술이 없어서 불황으로 제일
먼저 감원된것이었다.

"이들 갖가지 요인중 어는 것이 폐염의 원인일까"고 핸론은 질문을
던진뒤 "그 모든 것"이라고 이 애피소드의 결론을 내린다.

이 남성의 폐렴은 항생물질의 투여로 쉽게 치유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것으로 이남성은 정말로 건강해진 것일까.

핸론이 "위생행정의 원리"에서 말하고 싶은 건 위생행정이란 넓은
시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에이즈에 감염된 20대 남자가 지난 5년간 남녀 수십명과 성관계를
맺어온 사실이 밝혀져 우리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이남자는 지난 93년 에이즈 감염에 대한 보복으로 현혈행각을 벌인 일도
있다.

에이즈는 현대의학으로도 치유될 수 없는 병이므로 보건복지부로선
면역기능검사 등 밖에 방법이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에이즈의 만연을 막기위한 대책으로선 시점이 좁았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