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지원한 식량이 군량미로 전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사전 보장되지
않을 경우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수 없도록하는 법안이 미국 하원의
국제관계위원회를 통과했다고 한다.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문제에 대해 북한의 태도변화가 먼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입장과 북한동포를 생각해 무조건 지원해 주자는 입장이
나누어져 있는 국내의 현 상황에 이같은 조치는 시사하는 바 크다고
하겠다.

물론 우리의 입장은 미국과는 다르다.

굶주리는 사람들이 남이 아니라 바로 동포라는 점에서 그들의 굶주림을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다는 것이 미국과 다른 우리의 입장이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과는 달리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아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와 미국과 또 다른 입장차이는 북한이 키우고 있는 군사력이,
그들의 총부리가 겨냥하는 곳이 바로 우리라는 점이다.

북한은 심각한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재정이 부담되는 1백만명이 넘는 군병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이 군사력은 남한을 무력으로 점령하겠다는 그들의 최고 목표달성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

제3자인 미국에서도 군량미로 전용하지 않겠다는 사전보장을 요구하는데,
명백한 위협요인을 바로 앞에 두고 있는 우리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무조건 식량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단세포적인 사고라고 하겠다.

우리가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에 앞서 "군량미 전용불가"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조치이다.

우리가 지원한 쌀이 북한주민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때 지원하는 것이 북한주민들을 진정으로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민진 < 서울 은평구 불광동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