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암컷을 지키는 수놈 짐승처럼 결사적이다.

순간 김영신은 눈물이 고인다.

그리고 그의 목에 힘껏 매달린다.

아직 어느 남편이 그렇게도 재빠르게 자기를 위해 벌떡 일어나서
헌신적인 행동을 해준 일이 있었던가? 정말 인정스러운 남자가 아니고
뭔가? "왜 울어요?"

그러면서 그는 그녀의 눈에 고인 눈물을 혀로 빨아마신다.

그녀를 곱게 침대위에 눕혀 놓고 에프킬러를 지네가 멈춰서 있는 화장실
앞으로 들고 가서 쏴 뿜어놓고 돌아오면서, "의외의 곳에 복병이 숨어
있었도다" 하고 제왕의 음성으로 연극대사를 외우듯 하더니 이내 그녀의
소녀같은 유방에 입을 쪽 맞춘다.

"수녀님은 애기를 안 낳아서 이렇게 소녀같은 유방을 가졌나봐"

하고 다시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껴안아준다.

그 큰 몸집의 남자에게 눌려 있는 그녀에게서도 어느 순간 다시 힘이
솟구친다.

그의 거포가 아무 테크닉도 주저도 없이 그녀의 검은 숲속으로 다시
맹렬한 힘으로 돌진해 들어오자 그녀는 오르가슴때 느낀 쾌감 이상의
황홀감에 빠져들며 뱀의 힘으로 또아리를 틀면서 그를 받아들인다.

정말 미쳐버린 짐승의 괴력을 그는 다시 발휘한다.

그녀는 처음 결혼해 신혼여행을 갔을때 결혼식에 힘이 모두 빠져버려서
술취한 속에 그냥 나가떨어져 두 부부가 깨고 나니 새벽 일곱시였던 것이
생각나서 그를 마술적인 힘을 가진 헤라클레스나 삼손처럼 경의의 눈으로
올려다본다.

그는 섹스를 기도하는 자세로 한다.

김영신은 동침할때 남편들의 얼굴을 보면서 가장 보기싫은 얼굴이라고
느껴왔는데 눈을 단정히 감은 그의 지금 얼굴은 이 세상을 전부 다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쿨한 얼굴이라고 감탄을 한다.

내가 어떻게 된 것이 아닐까? 김영신은 자기가 살짝 돌아버렸다고, 맛이
갔다고 느낀다.

이 촌스럽다고까지 느꼈던 젊은이에게 나는 지금 아주 빠져버린 걸까?
제정신이 아닌 것 만은 사실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40이 넘은 여성과 20대 남자의 섹스는 가장 완벽한
하모니를 이룰 수 있다는 잡지의 기사가 생각나서 또 쿡쿡 웃음이 나온다.

사랑하는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끊임없이 웃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쾌감이 엔돌핀을 만들어서 인체의 장수를 약속한다고 했다.

그녀는 그러한 생각들을 하면서 행복에 도취되어 지금 자기를 지배하고
있는 이 남자의 나이같은 것은 염두에 둘 수 없이 되어버린다.

"이봐요, 수녀님. 지금 미사를 드리고 계십니까? 당신의 동굴에서
찬바람이 나오고 있어요. 나의 보물이 춥대요. 딴 생각 말고 몰두하는
예의를 지켜주십시오. 동침은 혼자서 연주하는 음악이 아닙니다, 수녀님"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