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데리-.

대리시절 붙여진 별명이다.

"박대리"란 발음이 비슷하기도 했지만 일을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기 때문.

과장을 단 후에도 배터리의 수명은 다하지 않았다.

지금은 훨씬 강력하고 오래가는 "에너자이저"라고 불린다.

또하나의 별명은 약장수.

실제로 약을 판 경력도 경력이지만 좌중을 휘어잡는 언변이 예사롭지
않아서다.

이 말발은 각종 프리젠테이션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모든 이벤트는 생방송이나 다름없습니다.

언제라도 사고가 터질 수 있는 긴박감이 행사 내내 흐르지요.

한치의 오차없는 완벽한 이벤트를 치러낸 후 얻어지는 짜릿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이벤트 사업의 매력을 풀어내는데만 밤을 새울 기세다.

그만큼 신명나게 일한다는 얘기다.

한 행사를 준비할 때는 1주일씩 집에 못들어가는 게 보통이라고.

당연히 가정적인 가장은 꿈도 못꾼다.

도대체 집에 들어올 줄 모르는 남편이자 아버지, 그래도 무사한 비결은
뭘까.

"평소에 잘한다" "자주 전화한다"

이 두가지만 잊지 않으면 한참만의 귀가도 편안하다고.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