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 "내 성공의 비밀(The Secret of My Success)"에서 대기업의
우편물 정리 사원인 마이클 J 폭스는 회사의 허점을 이용해 중역으로
행세한다.

가공의 중역을 만들어낸 그는 우편물을 정리하는 틈틈이 이 중역 행세를
하면서 각종 프로젝트를 결재하는등 사업을 펼쳐나간다.

마침내 폭스의 이중생활이 발각되지만 그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아 경영자의
자리에 까지 오른다는 내용으로 샐러리맨의 소망을 그려낸 코미디영화다.

얘기 자체가 상상속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 영화처럼
사는 젊은이들이 있다.

데이콤의 김학규(35)대리나 이기형(34)대리등이 그런 경우.

이들은 직급이 대리지만 직함은 어엿한 사장이다.

데이콤이 사내기업가제도를 도입하면서 선발한 소사장들.

소사장제도는 사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자금과 인력을
지원해주는 사내기업가제도로 데이콤은 95년부터 선발하고 있다.

특정 사업분야에 자금을 지원해줄 뿐더러 경영의 모든 것을 맡겨 사장
역할을 하도록 한다.

어느 정도 손실은 투자차원에서 지원해주고 이익이 생기면 일정
비율만큼 성과급으로 지급받는 제도이다.

데이콤이 이를 도입한 데 이어 LG정유도 대리급사원들을 주유소 점장으로
선발하는 주유소 소사장제도를 도입했다.

말이 점장이지 주유소 하나가 하나의 회사나 마찬가지여서 경영자라고
부르기에 어색하지 않다.

또 데이콤에 이어 코오롱정보통신에서 사내기업가제도를 공모하기
시작했고 제일제당은 올해부터 시작한 사내벤처제도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분야는 약간 다르지만 섬유업체인 E랜드는 브랜드별 독립채산제를 통해
젊은이들을 책임자로 내보내고 있다.

경영정책 전반은 회사측 최고 경영자들이 결정하지만 브랜드별 영업전략은
본부장들이 세우고 밀고나간다.

이회사 현기욱(34)과장은 "쉐인"이라는 청바지사업본부를 이끌면서
독특한 경영전략으로 청바지 사업부를 회사내 주력 부서로 이끌고 있다.

소사장제도 사내기업가제도 사내벤처제도 등은 모두 직원들의 톡톡튀는
아이디어를 사업에 적용하려는 목적에서 도입됐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의 변화속에서 빠른 의사결정으로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

직원들에게 자그마한 회사를 경영하도록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사원복지의
훌륭한 수단이기도 하다.

요즘같은 불황기를 벗어나기 위해 최근에는 시스템통합(SI)사업체등에서
앞다퉈 도입하고 있으며 LG그룹등에서도 그룹차원에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있다.

소사장을 지원하는 사원측에서도 나쁠게 없다.

회사를 때려 치우고 창업에 나섰다간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소사장제도는
실패하더라도 현재 직급(?)은 보장받는다.

아이디어가 성공하기만 하면 돈방석에 앉고 또 경영능력도 인정받는다.

부담없이 자기 사업을 해볼수 있다는게 매력.

소사장이나 사내기업가제도의 도입이 늘어나면서 젊은 직장인들의 창업
기회도 확대되고 있다.

이들 제도가 대리에서 부장까지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주로 대리급 젊은이들이 선발되고 있다.

머리가 굳은 "쉰세대들"에 비하면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도전정신이
뚜렷해서다.

물론 20대의 직장초년병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지만 상업성이
약간 떨어진다고 회사측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상품화 가능성만 높인다면 갓 입사한 신세대 직장인도 얼마든지
사장행세를 할 수 있다는 얘기.

굳이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나서지 않더라도 회사내에서 자기 사업을
꾸릴수 있는 소사장제도는 신세대 직장인들에게 소설과도 같은 멋진 신세계를
열어주고 있다.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