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라의 경제를 걱정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실업자가 늘어나고 삼미그룹에 이은 한보그룹부도를 비롯하여 무역적자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며 외채마저 점점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가진자들은 "내돈 내가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돈을 마구
써댄다.

"남의 탓"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자신의 생활태도를
바꾸려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필리핀원정 도박으로 1백51억원을 밀반출하려다 적발되는가 하면 서울의
어느 유명 대입시학원장은 미국 라스베가스 카지노 도박장에서 몇억원을
날렸다고 한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을 보면 전에는 별로 보지 못하던 외제차를 흔히
볼 수 있고 백화점에는 외국산 주류가 넘쳐흐르고 있다.

이러한 과소비로 인하여 저축률은 계속 떨어지고 투자재원의 조달은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들에게 희망을 주는 작은 이야기가 있다.

월드컵 출전을 대비하는 우리의 국가 축구대표 선수들이 해외 전지훈련
대신 태릉 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으며, 해외원정경기에 가서는
호텔에서 양말 빠는데 몇달러씩 쓰는 대신 자기 손으로 빨래를 한다는
보도이다.

또한 국무총리실에서는 매년 국가 예산으로 8박9일간 공무원들을 해외로
견학시키던 위로성 여행을 외화사정이 좋아질때까지 국내 여행으로 대체토록
지시하였다고 한다.

최근 통계청발표에 의하면 경기 선행지수가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고 한다.

올 3월에 160.5를 기록함으로써 지난 2월보다 0.8%가 상승했다는 것이다.

국제수지 적자 폭도 둔화되고 자동차 철강 유화제품 기계류 반도체 등의
수출가격도 오르고 불황도 다소 회복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경제가 불황의 긴 터널을 하루 빨리 빠져나와 힘차게 성장가도를
달리기를 기원한다.

조성헌 < 한일환경 이사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