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통합은 유럽경제에 축복을 줄것인가 아니면 짐이 되는 것인가.

화폐통합 실시 시기가 가까워오면서 유럽연합(EU) 회원국내 이에대한
찬반 논쟁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유럽 각국에서 실시되는 여론조사를 보면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화폐통합에 긍정적인 반응이 강한 편이다.

특히 교역에 의존하는 대기업들은 이에 상당한 지지를 보내고있다.

세계적 회계전문 회사인 그란트 손튼이 EU 10개 회원국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네덜란드를 제외한 나머지 회원국들은 찬성이
반대를 훨씬 앞질렀다.

덴마크의 경우 찬성의 뜻을 표명한 기업이 49%인 반면 반대는 7%정도였으며
아일랜드 포르투갈 벨기에등도 찬성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있다.

손튼사는 그 첫번째 이유로 외환관리비용의 절감을 들고있다.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등이 같은 화폐를 사용하면 환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헤징등에 참여할 필요가 없어지며 외환관리 전문부서도
대폭 축소, 그만큼 비용을 절감할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단일화폐는 국가간 상품의 가격비교를 손쉽게 해줘 현지 판매가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는 장점도 있다는게 손튼사의 분석이다.

물론 중소업체나 자국위주 경영을 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화폐통합에
따른 회계방식의 변경등 부수적인 부담에 불만을 표시하는 견해도 있으나
기업들은 순기능에 보다 많은 점수를 주고있다.

예컨대 세계 10대 화학업체인 영국 ICI는 지난해 유럽국가간 환율변동에
따른 비용이 유럽내 매출액의 1%인 8천9백만달러에 이르렀다.

14개 회원국의 통화를 관리하고 판매가를 결정하는 대규모 전담부서를
운영하는 부담도 상당히 크다.

게다가 환율변동폭이 심할때는 매매계약을 지연하려는 업자들이 발생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이 회사는 따라서 화폐통합이 관리부서의 축소를 가능케하고 원료의
구매및 제품판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반면 유럽국민들은 화폐통합이 몰고올 파장에 불안감을 표시하는
경향이 높다.

독일의 경우 정부는 이 작업을 주도하는 반면 강한 마르크에 자부심을
느껴온 국민들은 통합화폐에 상당한 거부감을 표명하는 상반된 입장을
보여 콜정부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영국국민들도 화폐통합에 참여하면 독자적인 재정 금융정책을 상실하게
된다는 이유로 이에 반대하는 견해가 강해 정부의 "관망전략(wait and see)"
을 더한층 부추기고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도 영국은 화폐통합 지지율이 20%, 독일은 16%에 불과했다.

이밖에 덴마크 스웨덴등도 정부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국민들의 반발이
심해 국민투표로 참여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EU 회원국내 다단계통합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것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유럽통합에 대한 열의와 경제력에 따라 통합참여의 속도를 달리하는
것이 통합을 촉진하는 길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화폐통합건은 물론 회원확대 외교및 안보에 대한 표결방식등 유럽통합의
방향을 둘러싸고 회원국간 상당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럽 경제통합의 초석인 로마조약을 체결한지 올해로 40년.

그동안 회원국간의 이견을 조정하며 세계최대 경제블록으로 성장해온 EU는
화폐통합이란 암초를 맞아 발전을 위한 또 한차례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