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한.일 두나라가 공동
개최키로 결정한지 11개월이 지났는데 두나라 국내 사정으로 준비상황과
기본입장에 차이가 있었다.

우선 한국측은 조직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개최후보지는 결정되지 않았고
일본측은 개최후보지는 10개로 결정했으나 조직위는 아직도 구성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정몽준 한국축구협회장과 나가누마 겐 일본축구협회장의
"제주 회담"을 보면 일본측 조직위구성 지연이유는 문부성에 법인설립
신청을 해도 6개월이나 걸리기 때문이란 설명이었다.

한편 한국측 후보지선정이 미정인 까닭은 국제축구연맹 (FIFA) 규정상
내년 2월1일까지 선정하면 되므로 서둘러 결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후보지 선정엔 고려할 점이 많이 있겠으나 특히 우리나라 경우엔
남.북 분산개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회장은 "좌담"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문 분단국가이므로
국제정세가 허용하고 FIFA나 일본이 인정한다면 월드컵을 북한과 함께
나누고 싶은게 꿈"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난 7일 제프 블래터 FIFA사무총장은 기획실무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2002년대회 경기중 1~2게임을 평양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베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다.

이 발언은 종전의 FIFA입장에 크게 변했다는 걸 말해준다.

FIFA는작년 한.일 공동개최를 결정할 당시만해도 한국측이 일부 경기의
북한개최를 제의했었으나 "논의대상이 아니라"며 일축했었다.

물론 2002년까지 남북이 통일된다면 블래터사무총장말처럼 "분산개최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통일이 안됐을 때에도 분산개최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여부에 있다.

블래터 총장의 발언은 종전보다 유연성이 있다.

그러나 통일전 분산개최는 북한당국의 수용여부가 또 큰 변수가 된다.

설사 북한당국이 수용했다 할지라도 수십만명으로 추산되는 관람객의
신분보장 숙박시설 교통편의 등 난제는 산적해 있다.

따라서 분산개최의 실현여부는 정회장 말마따라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국제적 상황변화에 달려있는 것"이라는게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