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보험영업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이른바 ''개미군단''이다.

보험회사로서는 영업력을 좌우하는 최대무기이지만 아직도 사회적 인식이
낮아 주부의 ''부업''정도로 보는 분위기가 강한것도 사실이다.

이때문인지 연소득 1억원을 넘는 고소득 설계사들이 4백여명을 넘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적은것 같다.

그런점에서 보험업계로서는 처음으로 연소득 4억원시대를 연 동아생명
이명혜(54.현대영업소근무)씨는 보험에 대한 통념을 깬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만하다.

"여고동창생의 권유로 생각지도 못했던 보험에 뛰어들게됐다"는 이씨이지만
"보험영업에 발을 디딘지 13년동안 매일 보험만 생각하고 살았다"는 말속에
정상에 오르려면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교훈이 무게있게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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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사람 = 문희수 경제부기자 ]

-늦게 보험설계사가 되어서 결심이 쉽지않았을것 같은데요.

"설계사였던 여고동창생의 권유로 지난85년 우연히 시험을 봤던것이
계기가 됐죠.

살림만 하던 때여서 설계사가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못했어요.

처음에는 주위에서 "어려운 일이니 하지말라"고 만류했어요.

그렇지만 집에만 박혀 살다가 가정과 사회생활 모두 열심히 하는 여자들을
보니 재미있는 직업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이 생겨
시작하게됐죠.

그러다 한두달 지나고서부터 보험에 대한 매력이 생겼어요.

한달 보험료가 25만2천7백원인 만기3년에 1천만원짜리 저축성보험을
처음으로 체결하고 기뻐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1년에 4억1천6백만원의 소득을 올린다는것은 쉽지않은일인데 무슨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동창들이나 선배들과 진실하고 "뭔가 주고싶은" 인간관계를 맺어왔던것이
큰힘이 됐습니다.

보험이란 설계사 본인의 신용을 파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진실한 관계, 형제같은 따스한 인간관계가 없으면 안되죠.

처음 시작할때(42세)는 친구들이나 주윗분들이 모두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았을때라 연고위주로 뛰었죠.

직업과 소득 아이들등을 고려해 찾아갈 고객을 미리 선별한후 머리를
싸매고 "무슨 보험이 좋을까.

보험료는 얼마가 적정할까"고 심고심해서 "이런 보험이라면 가능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만 찾아갔습니다.

그래서인지 80%이상은 적중했습니다.

헛걸음을 거의 하지않았어요"

-계약을 체결한 고객들은 몇분이나 되나요.

"계약자수는 많지않아요.

2백50여명쯤 됩니다.

주로 중산층이죠.

고객수가 적은 대신 한집에서 최고15건이나 보험에 가입한 경우도 있어요.

보험권유전에 고객의 편에서 많은 생각을 하고 가기때문에 그집에
대해서는 전화번호 식구별 생일등을 줄줄이 외울 정도죠.

그러다보니 이제는 자녀들의 중매를 서달라는 요청도 받아요.

이제까지 네쌍을 성사시켰죠"

-집중적으로 정성을 들이는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것같군요.

"고객들의 길흉사나 각종 행사등을 함께하며 애환을 같이 겪어요.

토마토 좋아하는 집에 토마토를 가져가면 금덩어리이상의 역할을 하는
법이거든요.

만기가 돼 보험금을 타는 계약자가 그자리에서 다른 보험을 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름대로 고객들에게 나쁜 인상을 주지않기위해 무척 노력합니다.

지금 가면 보험계약을 체결할수있더라도 몸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나쁠때는 가지않고 "이때쯤이다"고 생각될때까지 며칠씩 기다립니다.

심지어 나쁜 꿈을 꾸어도 찾아가지않습니다.

항상 고객이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하는것이 중요하거든요"

-하루일과가 굉장히 바쁘실것같은데요.

"별로 그렇지않아요.

아침에 압구정동소재 영업소에 나와 낮12시께까지 있다가 1주일에 1~2집
찾아가는 정도입니다.

한달에 10집내외 정도죠.

시간이 나면 집에서 TV드라마나 봅니다.

헬스클럽은 이제까지 한번도 가지않았어요.

대신 차를 타고가던 중이라도 "그집엔 이런 상품이 좋지않을까"하는등의
생각을 많이 합니다.

매일 앉으나 서나 보험을 생각해요"

-본인 자신은 보험을 얼마나 들고계신가요.

"노후연금과 여행자보험하고 며느리와 손자 어린이보험등 줄잡아 20여개의
보험에 들고있습니다.

한달 보험료가 8백만원쯤 되죠"

-영업활동에 많은 경비가 든다는데 순수입이 얼마나 되나요.

"사실 경비가 상당해요.

수입이 4억원이라지만 경비가 50%쯤 돼요.

계약자 자녀의 입학과 졸업 결혼 문상등 계약자에게 봉사해야 보험계약이
이뤄지고 순환되는 법이거든요.

보험계약에 따른 수입이 15만원이라면 어떤 경우는 30만원, 50만원이
들때도 있어요.

작년까지만도 연3천만원정도 세금을 냈는데 수입이 4억원이 넘어 내야할
세금도 늘어나고해서 실수입은 한 1억5천만원쯤 될것같아요"

-설계사가 되신후 혹시 자녀교육등에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요.

"처음 시작할때는 아이들이 고3 중3이었는데 설계사일 한다는 얘기를
않고 있다가 1년뒤에야 얘기했죠.

당시 1주일내지 10일에 한번정도 나갔고 아이들은 밤10시가 돼야 집에
돌아왔기때문에 별 지장은 없었어요.

원래 바쁘게 다니지않고 시간적으로 여유있게 지내려는 스타일인데다
조용한 성격이라 큰 어려움은 없어요.

지금 큰아들(31)은 러시아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고 행정고시에
합격, 공보처 사무관으로 근무하고있고 작은 아들(29)은 사이판에서
백화점 매니저로 활동하고있죠"

-앞으로 계획은.

"올해는 사회가 혼란스러워 어렵겠지만 좀더 과학적으로 활동해 내년엔
5억원 소득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집안에만 있었다면 60대 할머니가 됐을 제가 여기까지 왔으니 주윗분들
도움으로 번 돈으로 고아들이나 지체부자유자들을 돕고싶어요.

그것이 기쁨이자 소망입니다"

-다른 설계사들에게 당부하고싶은 말씀은.

"주부로서 자녀들에게 1백% 다하면서 할수있는 직업으로서 설계사가
최적격이라고 생각해요.

딸이 있으면 뒤를 잇게하겠는데 그렇지못하고 며느리도 사이판에 있으니
손녀에게나 시켜볼까 생각합니다.

설계사들에게는 단시일에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먼저 기초공부를
하라고 당부하고 싶어요.

사명감도 가져야하고요.

지금은 보험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져 노력하면 반드시 대가를
얻게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