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한보청문회가 1일 막을 내리자 일부 국민사이에 "청문회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같은 반응은 청문회 성과가 국민의 기대심리에 못 미쳤기 때문이지
청문회제도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논의는 아니다.

청문회 무용론이지 청문회 폐지론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청문회 실황을 TV로 보면서 청문회 운영을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가졌을 것이다.

청문회란 글자 그대로 "증인등 증언이나 진술을 청취"하는 제도지 특위
위원드르이 정치연설장이 아니다.

영어의 hearing 이란 말도 같은 뜻이다.

하지만 우리 청문회는 위원들의 신문만 무성했고 증인들에겐 단답식
답변을 요구했다.

단답식 증언은 의혹내용을 왜곡 은폐하진 편리하지만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엔 적합치 않다.

증인이 거짓 증언을 할 경우 답변이 길어야 모순이 들어날 여지가
있는데 그렇지 못했다.

따라서 청문회 기간도 길어야 한다.

미국 워터게이트청문회는 9개월여나 계속됐고 콘트라사건은 15개월이나
소요했었다.

또 충분한 사전조사기와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

빌 클린턴 대통령과 민주당 선거자금 스캔들에 관련해서 미 상원
조사위는 4백30만달러,하원 조사위는 3백 70만달러의 예산을 책정했다.

8백만달러의 조사비용은 문제가 된 선거자금의 총액보다 많은 액수다.

그러나 청문회는 무엇보다도 의혹사건의 진실규명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우리 청문회운영의 미비점을 제도적으로 보완.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청문회에 대한 우리 모두의 기본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청문회에 나가서 선서를 하게되면 진실을 밝힐 의무가 있고
위증했을때는 형사.정치적 책임을 진다는 강력한 사회적 인식이 있어야
한다.

이런 인식이 있어야 청문회를 준비하는 측이나 출석하는 사람이나
각오가 다르게 된다.

따라서 위증사실이 드러나면 여야를 떠나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청문회는 국민적 "한풀이"의 장소가 아니라 국회 조사활동의 수단이
된다.

그런데도 9년전 5공청문회의 쓰라린 경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대고
한보청문회를 시작했다는 사실은 국회의원의 일종의 직무태만이라 할 수
있다.

시급히 청문회 운영의 개선을 논의해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