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는 나가 달라"

서울대가 도서관 이용을 둘러싼 고시생과 비고시생들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소위 "하이에나 논쟁"이 바로 그것.

한 비고시생이 고시생을 "사회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몰아부치면서
비롯된 이 논쟁은 부족한 도서관 열람석을 둘러싼 본교생과 고시생(졸업생
타교생 등)간의 일종의 헤게모니 쟁탈전으로 번져가고 있다.

지난달말 한 자연대 대학원생은 고시생들의 도서관출입을 제한하자는
내용의 대자보를 도서관입구에 붙였다.

그는 이 글에서 "대학은 학문 연구활동이 위주가 돼야 한다.

직업활동을 목적으로 한 비창조적인 공부라는 점에서 고시는 1종 운전면허
시험과 다를 것이 없다"며 "고시공부는 하이에나가 되기 위한 몸부림에
불과하다.

하이에나가 생태계에 긴요한 존재이긴 하지만 득실거릴 경우 생태계
균형은 깨어지고 만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시생들은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소위 순수학문을
한다는 학생들도 "고결"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지방대 출신의 한 고시생은 "교수들 뒤치닥꺼리나 하면서 외국이론
받아들이기 급급한 대학원생들이 어떻게 창조적 학문을 한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반문했다.

스스로를 농촌총각보다 인기없는 인문대학원 출신이라고 소개한 한 고시생
은 "누구는 부모 잘만나서 대학원까지 가서 공부할지 몰라도 가난하고 비전
없는 나는 전공서적을 집어던질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중순 서울대 총학생회가 내놓은 "도서관 외부인
출입금지"안.

서울대 도서관에 외부 고시생들이 빈번히 출입, 정작 본교생의 자리가 없고
도난사건도 빈발함에 따라 열람실마다 바코드를 설치해 도서관을 고시준비를
위한 독서실로 이용하는 외부인들의 출입을 전면 통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국민세금으로 지어진 국립대학이 공공성을 저비리고 국민의 이용을
막아도 되느냐는 여론과 갑자기 공부할 자리를 잃어버린 타대생과 졸업생들
의 반발에 부딪혀 현재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서울대 법대 이상면교수는 "고시생이나 고시열풍으로 멍드는 대학이나
둘다 잘못된 사회풍토가 낳은 희생양"이라며 "고시생들을 일방적으로 매도
하기 전에 그들을 고시로 내몰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먼저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