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공급을 늘려서라도 국내금리인하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책연구기관에 의해 제기돼 관심을 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차동세(차동세)한국개발연구원(KDI)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단기간내에 금리를 내리기위해 통화공급을 늘리고 자본자유화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NP)규모로 보아 총통화
증가율을 3%포인트정도 더 높이더라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고 한다.

그는 또 물가를 다소 희생시키더라도 금리를 낮추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의견도 덧붙였다고 한다.

물론 한국은행의 반응은 뻔하다.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르고 이는 오히려 명목금리상승으로 이어져 오히려
부작용만 키운다는 반대입장이다.

이 문제는 해묵은 논쟁거리인데다 어느쪽이 옳다고 쉽게 판단할 성질의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통화공급이 어느정도가 적정하느냐는 정답을 내기가 쉽지않다.

여러가지 이론적모형이 제시되고는 있지만 당시의 경제 상황이나
정책목표, 금융제도나 관행등에 다라 선택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지금의 경제상황이나 금융경색이 결코 수수방관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한보사태이후 많은 기업들의 부도설이 돌면서 은행의 자금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고 특히 종금사등 제2금융권 기관들은 종래의 대출관행을
바꾸거나 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현상까지 나타나 기업들의 자금난이
이만저만이 아님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보사태가 발생한지 꽤 지났는데도 이같은 현상은 진정되기는 커녕
오히려 확산되고 있는 것은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게우리의 판단이다.

그 결과로 가뜩이나 불황으로 판매 부진등의 어려움에 처해있는 기업들이
극심한 돈가뭄에 시달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멀쩡한 기업들이 부도위기에
몰리는 상황에 직면한 것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위기라고 본다.

극심한 경기침체에 기업설비투자까지 감소, 절대적인 자금수요는 급격히
줄었는데도 높은 금리수준이 내리기는 커녕 오히려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원론적으로 보아도 비정상적이다.

우리는 통화공급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이러한 비정상적인 금융현상은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절대적인 시중 유동성이 넉넉한대도 필요한 곳에 돈이 공급되지
않고있다면 돈이 원활히 돌수있는 대책을 세우고 또 꼭 필요한 생산활동에
우선 투입될수 있도록 돈의 흐름을 바로잡아 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도 기업활동에 지장을 줄 정도로 돈이 모자란다면 일시적으로라도
통화공급을 늘려 경제활성화를 유도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볼만 하다.

문제는 어떤 경우에도 물가를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인데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서 생산자금으로 활용만 잘된다면 그 물가영향은 그리
크지 않으리라고 본다.

더구나 기업경쟁력향상을 위한 금리하향안정도 언제까지 미룰수만은
없는 과제임을 정책당국도 인정한다면 통화의 신축운용을 비롯한 보다
과감한 금융시장안정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기를 촉구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