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전담기구를 만들겠다는 재경원방침은 여러가지로 주목할만 하다.

부실기업과 이에대한 금융기관 대출을 어떻게 정리하느냐는 문제는 지금
우리경제가 해결해야할 가장 큰 과제라고할 산업구조조정과 금융산업
개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대목이기 때문에 특히 그러하다.

국내 26개 일반은행의 경우 담보도 없어 회수가 의문시 되거나 손실로
추정되는 대출에 담보는 있지만 6개월이상 연체된 "고정"대출을 합친
이른바 불건전여신은 감독당국에 집계된 것만도 11조8천7백39억원으로
전체대출의 4.1%에 이른다.

드러난 것만으로도 부실의 비율이 은행 예대(예대)마진을 웃돌 정도이고
보면 은행이 속빈 강정일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이런 허약한 체질로 전면적인 금융개방을 맞게됐으니 더욱 걱정스러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부실여신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는한 국내 금융기관들이 개방이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부실여신 전담기구를 만드는 것이 실제로 이 해묵은 문제의 해결에
어느정도 기여하게될지는 더 두고봐야 알 일이지만, 문제를 풀려는
노력의 시동이라고 봐 우선 취지만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부실채권 처리과정의 "사건화"를 막아야 한다"는 강경식 부총리의
표현에서도 읽을 수 있지만, 부실기업과 그에 대한 대출을 둘러싼 논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야한다는 측면에서도 이 문제 처리시스템은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재경원구상대로 은행출자를 통해 성업공사를 확대개편하는 형태의
전담기구설치는 문제가 없지않다는게 우리 생각이다.

산업은행 전액출자로 설립돼 그 사장직은 예비역 장성이나 전직 관료의
전유물이 돼온 "효율과는 거래가 먼 기관"이 과연 이런 일을 제대로 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순한 복덕방역할이라면 지금도 하고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럭저럭
해나갈지 모르나, 담보도 없는 부실채권추심이나 부실징후기업 계열기업정리
등은 애시당초 맡길만한 일이 아니다.

부실정리기금 1조5천억원 조성도 그렇다.

정부출연이 없다는건 말이 되지 않는다.

국민의 혈세를 부실처리에 쓴다는 건 감정적으로 거부반응이 오지만,
오늘의 금융현실에 대한 책임이 거의 전적으로 정부에 있고 부실해결을
위해서는 5년간 1조5천억원은 터무니없이 작은 규모라고 볼때 정부출연은
불가피하다.

기금조성을 금융기관출연 채권발행등으로 금융에만 떠넘길 경우 종전의
강제소화채권 등의 전례에 비추어 또다른 금융시장교란요인이 될 수도 있다.

부실대출 발생비율에 토대를 둔 일종의 대출보험방식으로 기금을 구출하고
예금보험과 연계시키는 방안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보 등 사건이 터졌으니 뭔가 대책을 내놓는 모양새나 갖추려는 즉흥적
발상이 아니라면 전담기국의 세부방안은 관계전문가들의 중의를 모아 좀더
치밀하게 마련해야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