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관악산 등산길에 산불조심 표어 응모엽서 전시회를 보던중
"산불없는 날 우리아빠 집에 오시는 날"이란 표어가 눈길을 끌었다.

아마 산림공무원이 아버지인듯한 이 어린이의 소박한 표현이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산불 조심.

우리는 어려서부터 불조심을 수없이 듣고 느끼면서 성장하였다.

그러면서도 왜 우리는 아름다운 산과 숲을 불태워 버리는 것을 반복하고
있는가.

사람들이 산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화기물이 함께 가는 것이 문제이다.

날씨가 건조한 봄철의 불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일 만큼 걷잡을수 없이
번진다.

게다가 바람이라도 불면 마치 날개라도 달린듯이 이리저리 펄펄 날며
번지기 때문에 이 불을 끄기란 한 두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해진다.

그러기 때문에 불조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루의 산행쯤은 성냥 라이터 버너 등 화기물을 집에 두고
홀가분하게 산을 찾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일본의 도시락 문화를 비교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도 산에서 취사를 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산행관습을 과감히 버려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앞으로 산에서 담배꽁초를 버릴 경우 30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고 하니 오죽하면 그렇게 "했겠나"하고 수긍이 간다.

깨끗하고 신선한 산림속에서 굳이 벌금을 물어 가면서 담배를 피워야 하고
불을 피워 음식을 끓여 먹어야 하는가.

나 하나만은 괜찮다는 그 이기심이 푸른산 울창한 숲을 시커먼 암흑천지로
만들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하겠다.

산림은 수많은 생명체가 모여 어우러지는 살아 있는 유기체이다.

그리고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야생동물의 보금자리를 제공해 주는 천혜의
보고로서 우리 인간에게 무한한 혜택과 풍요로움을 조건없이 베풀고 있지
않은가.

산불조심표어에 담긴 초등학생의 소박한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산불을
막아 보자.

그러기 위해 내일부터라도 산에 갈때 화기물을 훌훌 버리고 떠나보자.

산림속에서 신선한 공기와 깨끗한 약수 한모금이 우리의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하지 않는가.

신대복 < 서울 노원구 중계4동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