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근 <대우그룹 비서실사장>


우리는 요즘 위기론의 홍수속에 표류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진정한 위기의 원인에 대한 탐구가 부족하며,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메시지가 가져올 변화의 충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위기가 기회인 이유는 위기의 원인과 전개방향에 대한 이해를 통해 사전
예측과 대비가 가능하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걱정과 안타까움이 갈수록 큰 무게로
전달되고 있지만 정작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은 아직도 뭔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것이 진정 위기의 본질이 아닐까.

시저(Caesar)의 지적처럼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것밖에는 보지 않는것"인가.

총체적 위기론을 많는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중얼거리고 있는 와중에서
지도계층의 자기절제와 솔선수범 그리고 시간자원과 환경자원의 최적화
방안은 무엇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본다.

우리 경제위기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국제수지 적자 문제일 것이다.

현재 국제수지 적자문제는 엔화 절하, 홍콩의 중국반환을 앞둔 핫머니
유입 등 대외적 환경변화와 결합되어 "외환 위기론"으로 증폭되고 있다.

또한 고도성장기에서 저성장기로의 진입이라는 경제 환경의 변화 역시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짧은 기간에 국제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비구조의 개혁과
일하는 분위기 조성이 절실하며 금리 이자의 저비용 구조 실현과
고효율-고생산성-고부가가치를 담보하는 임금체계의 도입이 긴요하다.

또한 고도 성장기의 핵심전략이 급속한 외형성장과 시장선점이라면
저성장기의 핵심전략은 내실과 수익성 제고일 것이다.

성장과 내실의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근본적인 경영체질의 개선을 이루기 위해서는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과
결단이 절실하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는 그의 저서에서 "영원 불멸의
체제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체제개혁의 성공여부에 따라서 나라와 조직의 흥망성쇠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갈파하고 있다.

필자 역시 끊임없는 혁신(Innovation)만이 경영조직의 영속성을 보장할수
있음을 체험적으로 절감하고 있다.

우리는 작년 한햇동안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리 기업의 세계화,산업구조
재편 등 구조조정의 필요성 그리고 이른바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개혁
등에 대한 컨센서스를 모아 나갈수 있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그 어떤 위기에서도 컨센서스가 모아지고 실천의
방향을 합쳐 나갈수만 있다면 이를 기회로 전환할수 있다고 믿는다.

문제의 핵심은 변화의 흐름에 직면하는 자신감과 이를 주도하고
실제적으로 추진해 나갈 리더십 전략 기업문화의 일체화를 이루어낼수
있는가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우그룹은 "제2관리혁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우리가 굳이 경영이라는 현실적인 영역에 "혁명"이라는 급진적인 표현과
개념을 도입하는 이유는 경영환경이 "국경을 초월한 피도 눈물도 없는
냉엄한 경쟁"을 요구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더라도 미국 등 선진국의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21세기에 대비하는 경영혁신에 돌입해 있고 국내시장 역시 2000년까지는
거의 모든 분야가 개방됨으로써 이제는 국내에서마저 선진국 기업들과 대등한
조건에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그룹은 지난 80년대 말부터 "관리혁명"을 추진해 왔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국제질서와 패러다임의 변화를 맞아 나라와 기업이
생존하고 영속적으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개념의 대담한 시도,
즉 경영혁명이 필요함을 절감할수 있었다.

"같은 양을 생산하면서 현재의 원가를 절반으로 줄이든지 생산을 두배로
늘리든지 둘중 하나는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는 관리혁명의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감과 일하는 분위기를 회복하게 되었고 그 여력으로
보다 대담한 목표를 추진할수 있었다.

"세계경영"과 "기술대우"로 알려져 있는 우리 전략의 핵심은 "규모의
경제를 위한 대담한 다국적화 추진""국제적 연구개발 네트워크의 구축"
이었다.

"세계경영"과 "기술대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메이드 인 코리아
(Made in Korea)에서 메이드 바이 코리아(Made by Korea) 메이드 인 글로브
(Made in Globe)로 발전해 나가는 우리의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최단기간내 3개 신차종 동시출하"라는 자동차산업사의 새장을
열면서 우리의 잠재력을 확인하게 되었다.

아울러 생산-연구 거점의 확장과 더불어 판매 네트워크 역시 확장일로를
걷게 되었고 우리는 어떠한 무역장벽도 극복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수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하여 최고경영자의 솔선수범하는 현장경영을
바탕으로 분명한 목표제시와 위기의식 공유가 이루어진다면 일하는 분위기가
회복될수 있음을 경험했다.

또 21세기 전략과 비전 역시 우리의 경험과 자산을 바탕으로 출발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할수 있었다.

앞으로도 우리는 그룹차원에서 보다 분명하게 첨단기술의 개척,대담한
다국적화추진, 근본적인 경영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며 우리의 노력이
국가경제의 활로개척에 하나의 이정표로 인정될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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