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를 통일하고 정치와 문화의 대 발전을 이루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문명국으로 알려졌던 당대의 태종은 사치를 경계하고 민생안정과 인재등용을
통해 치세의 본보기가 되는 정관의치를 이룩했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이러한 성세를 이룰수 있었던데는 결단력과 기획력, 강직한 성품을
지닌 신하들이 선정을 잘 보필하였기 때문이다.

어느날 태종은 현신들이 모인 자리에서 창업과 수성중 어느쪽이
더 어려운가를 질문하였다.

어떤 신하는 우후죽순처럼 일어난 군웅 가운데 최후의 승리자가 할수 있는
것이니 창업이 더 어렵다고 하고, 어떤 신하는 예로부터 일을 시작하기는
쉬우나 이를 지키기가 더 어렵다고 하였다.

교만과 사치, 그리고 방심에서 오는 화난으로 인해 수성의 어려움이
더 크다면서 창업의 어려움은 끝난만큼 이제부터 수성에 힘쓰겠다는
각오를 태종은 천명한다.

지금 우리는 부끄러운 한보청문회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17년 전에
있었던 잘못된 과거사가 역사의 단죄라는 이름으로 마무리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3천번이 넘은 외침에도 꿋꿋이 살아남은 민족이다.

전쟁의 위협을 목전에 두고 부존자원도 없는 상황에서 이룩한 눈물겨운
발전은 어떠한 경우에도 희망을 잃지않는 근면하고 성실한 민족성에서
기인된 것이다.

위기가 클수록 우리는 뭉쳤고 슬기를 발휘하였다.

역사는 지나간 흔적의 기록이지만 그 주체는 지금 역사의 중앙에 있는
바로 우리 자신들인 것이다.

그리고 역사는 언제나 정직하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때 후세를 위해서라도
진실을 위장해서는 안된다.

창업보다 더 어려운 국가발전이라는 수성을 위해서 우리 국민 모두는
남의 과실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나의 잘못을 살펴보고, 남을 책망하기전에
먼저 내 잘못을 꾸짖는 마음으로 차분히 제 본분을 다 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또 한번 민족의 저력을 보여야 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