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의 한 중심가에서 서울인력은행 주최로 열린 "기능인
구인.구직 만남의 날"행사가 기능인력의 외면속에 썰렁하게 끝났다는
소식<본지 18일자 47면>은 기능인력의 수급정책과 관련해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42개 중견업체들이 32개 부문에서 모두 3백명가량의 생산.기능인력을
즉석 채용하려던 이 행사는 대부분 경력이 없거나 자격증급수가 낮은
1백여명만이 참석하는 바람에 기업관계자들을 낙담케했다고 한다.

두달전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명예퇴직자대상 취업알선행사에 1천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던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구직난
속의 구인난"이라는 기이하기까지한 인력시장의 불균형을 실감케한다.

비교적 견실하다고 하는 중견업체들의 구인난이 이 정도이니 소기업이나
영세기업의 사정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따라 실업비상이 걸려있는데도 기능인력 구인난은
여전히 완화될 기미가 없다는 것은 특단의 대책 없이는 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 업계는 지금 과학기술및 기능인력 부족으로 인해 연간 17조원에
달하는 생산차질을 빚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기술 및 기능인력의 대량 육성 없이는 기업경쟁력 강화는
물론 경제회복도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고질적인 기능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투자의 우선순위를
획기적으로 재조정하고 기능인에 대한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해 우리사회의
기능경시풍조를 불식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금의 기술.기능인력난은 오래전부터 진행돼온 인문사회계열위주의
고학력화 현상과 공업.기술교육의 경시가 빚은 당연한 결과라고 해야한다.

고교졸업생의 92%,대졸자 의 87%가 비이공격인 현상에서 연간 15조원의
교육부예상과 20조원이 넘는 사교육비를 쏟아넣은들 기능인력이 크게
늘어날리 없다.

그동안 소홀히 해온 공업.기술계고등학교에 대한 집중투자가 시급하다.

또 기능인력 양성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 교육생들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

지금처럼 기능교육생의 50% 정도가 중도 포기해온 현실을 그대로
방치한채 정식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전문양성기관만 늘린다고 하여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덧붙여 "산업기능은원"제도를 대폭 개선해 공급인력을 크게 늘리고
산업기능은원의 구직.구인은원과 절차를 대폭 간소화, 효율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처럼 산업기능은원 배치를 신청할수 있는 기업의 자격을 공장등록증을
가진 법인으로 한정할 경우 정작 인력난에 시달리는 영세기업들에게는
이 제도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에 올해부터 실시된 "기술꿈나무"육성제도를 대폭 확대하는등
중소기업근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한 각종 인센티브제를 과감하게 도입하는
것도 중요한 유인책이 될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술.기능교육투자는 확대해야함을
기업과 정부 모두 잊어서는 안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