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5일 확정한 제2차 환경개선 중기종합계획(97~2001년)은
국내 환경수준의 선진화를 위한 의욕적이고 구체적인 정책들을 담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물론 이번 종합계획은 대기및 수질 등 국민생활의 피부에 와닿는
생활환경의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 92년 수립돼
지난해까지 시행된 1차 종합계획보다는 한걸음 더 진전된 대책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야별 추진계획을 살펴보면 낙후된 국내 환경수준을 세계보건기구
(WHO)가 권고하는 선진국수준에 맞추기위해 우리의 현실과 능력을 무시하고
너무 무리를 하지 않았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무엇보다도 환경정책과 관리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 대폭 이양하는
"환경지자제"를 도입키로 한 것은 우리의 현실로 보아 너무 성급한
결정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지자체가 지역환경문제의 책임을 지고 대기 수질 등을 선진국수준으로
끌어올리게 한다는 것은 원론적으로 보아 하자가 없어 보인다.

사실 지금과 같은 중앙집권식 환경정책으로는 선진국 수준의 환경개선에
한계가 있게 마련이며 장기적으로 보면 지자체의 환경관리기능 분담이
올바른 정책방향이라고 할수도 있다.

그러나 환경문제는 뒷전으로 돌린 지역개발사업이 남발되고 지역이기주의에
의한 환경분쟁이 잇따르고 있는 현시점에서 환경관리업무 뿐만 아니라 각종
환경정책개발과 환경분쟁조정업무도 지자체에 이양하고 중앙정부는 재정
지원과 거시적인 환경지표 개선에만 신경을 쓴다는 것은 어쩐지 미덥지
못하다.

선진국에서 조차도 지자체는 관리만 맡을 뿐, 종합적인 환경정책 수립과
시행 감독 등은 중앙정부가 맡고 있는데 우리가 너무 앞서가고 있는 것
같다.

자치단체의 환경관리능력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별 오염부하량 할당제를
도입하고 일정규모이하의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지자체에
일임키로 한것도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다.

당장 환경통계가 지금처럼 엉망인 상태에서 어떻게 이같은 정책들을
말썽없이 시행하겠다는 것인지 미덥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또 자동차에 의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주행세 신설과 혼잡통행료
징수확대로 운행을 억제한다는 것은 고육책이라고는 하지만 국민의
편의는 도외시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아닐수 없다.

정부는 이번 종합계획을 추진하는데 32조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각종 환경관련 공과금을 올리는 한편 지방정부에 환경개선특별회계를
도입토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납세자및 지자체와의 마찰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문제는 궁극적으로 지역이기주의의 불식과 시민의식의 제고 없이는
풀릴수 없는 숙제이다.

그런데도 이번 계획에서 이에 대한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하루속히 효율성과 실천위주의 적절한 보완작업이 있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