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노동당 비서는 지난 1월 그의 "수기"에서 "남북간의 대립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본선주의의 대립"이라고
규정했었다.

그의 이같은 생각은 94년 김일성 사망전부터 품고 있었던 모양이다.

일본의 스즈키 마사유키 교수는 최근 그가 소장한 "인민의 밝은 미래를
위해선(초안)"란 논문을 근거로 황비서는 김일성 사망전에 이미 김일성.
김정일 체재를 신랄하게 비판했었다고 주장했다.

그에 의하면 황은 94년 이전에 익명으로 발표한 논문에서 "봉건계급은
군사통치계급이므로 통치제도를 무력으로 유지하려고 온갖 힘을 다 쏟는다.

봉건계급은 무기를 철저히 독점할 것을 요구하고 독점을 절대화하고 영구화
하기 위해 신분제도를 실시한다"며 논리를 폈다.

즉 북한은 노동당이 지배하고 있으나 사실은 군에 의한 지배이고 또 북한
사회란 출신성분이 명확하게 구별되고 출신성분이 세습화돼 있는 현상을
지적하며 비판했다 한다.

또 이 논문은 "봉건제도의 타도란 인간의 존엄과 인권을 옹호하는 인권혁명"
이라며 역설했다는 것이다.

이 논문이 황의 작품인지 여부는 확인할수 없는 일이지만 북한사회의 실채를
객관적으로 분석한 건 틀림없을 것같다.

북한이 식량난과 경제위기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북한은 15일 김일성의 85회 생일을 성대하게 치르기 위해 막대한
외화를 낭비하고 있다.

95년 개관된 "금수산 기념궁전" 공사에 8천3백만달러를 이미 사용했을뿐
아니라 3단계공사에 1억2천만달러를 투입했다 한다.

또 각종 기념행사에 초청한 외국대표들을 위해 2백50만달러를 부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정일은 지난 13일 북한의 장성 1백23명을 대폭 승진시켰고 평양주재
이타르타스통신 특파원에 의하면 지난 13일엔 만경대학생 궁전에서 대규모
축하공연이 있었고 15일엔 시내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축하 행사가
열렸다 한다.

또 그는 "평양에서 만큼은 식량난을 느끼고 어렵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소식을 들으면 우리는 과연 북한이 자조-자구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아무튼 우리의 걱정은 북한의 지배계급에 있는게 아니라 아사직전에 있는
피지배계급에 있다.

민간차원의 북한동포 돕기운동은 그런 의미에서 계속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