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다를 좋아한다.

특히 겨울밤의 바다는 우리를 이끄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30년전 어느 겨울밤 동해 바람에 만월의 달빛을 받아 반사되는 포항
송도해수욕장의 흰 포말을 보면서 고향을 떠난 우리 아홉은 한 자리에
오며 백송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던 밤이었다.

우리 모두는 고향 포항에서 어릴때부터 동네에서 끼리끼리 친한 사이들이
같은 포항중학교에 들어가자, "희망봉" (지금은 교정이 시내에 있지만
당시는 큰 고개를 넘어 먼 시외에 있었으며, 우리들은 그 고개를
희망봉이라 불렀다)을 넘으면서 나름데로 서로 경쟁을 하면서 공부도 하고
모래사장에 책가방을 던져두고 해수욕을 하면서 우리는 자연 하나가
되었다.

우리가 처음 모임을 가졌을 때 새양복을 입고 온 한 친구의 옷을
어울리지 않는다고 서로 합쳐 모두 찢고 다음날 아침 어머님께 찾아가
무릎을 꿇고 빌었던 일이 있는데 이 양복의 주인이 현재 유일하게 고향에
남아 칠성약국을 경영하는 이재원이다.

방학때나 휴가때면 주로 백정훈이 집에 모였다.

특히 연말이면 어머님께서 손수 담그신 포도주를 비우며 밤가는 줄을
몰랐다.

얼마전 당신이 돌아가셔 우리들 모두가 스스럼없는 하나가 된 것은
당시의 큰 사랑였다라는 것을 새삼 깨달으면서 명복을 빌었다.

백정훈이는 현재 한국타이어 계열 (주)ASA의 전무로 있다.

초창기에 포항에서 모일때면 언제나 여자 친구 파트너를 책임지겠다고
큰 소리만 치고는 한번도 성사시키지 못한 우국창은 현재 쌍용할부금융의
이사로 활약하고 있으며 우리 중에서 가장 생각이 앞서가는 김영항은
한국중공업을 거쳐 일찍이 여일무역에 참여, 아직도 수출전선에 몸소
뛰고 있다.

4년전 우리의 연말 모임에서 새로 시작하는 이경수의 사업을 축하하며
격려하는 모임이 되었다.

이경수는 대웅제약의 전무를 마지막으로 화장품 제조회사인 코스맥스를
설립, 직접 경영에 참가하고 있다.

이종구는 현재 증권거래소에 근무하고 있으며 나와는 개인적으로 자주
만나며 정보교환을 하고 있다.

교회의 "장로"이기도 한 이기태는 선경그룹의 이사로 있으며, 지난달
전방의 이사직을 마지막으로 오랜 직장 생활에서 물러난 최세은은 여유를
가지고 새로운 인생의 설계하고 있어 우리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