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인식전환없이는 우리경제의 총체적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개방화 정보화가 급진전되면서 경제 사회전반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사와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은 ''경제난국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주제로 우리사회의 명사들을 초청, 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서울 호텔롯데 2층 아테나가든에서 ''경쟁력 재구축, 길이
보인다''라는 소주제로 두번째 좌담회를 열어 우리경제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송병락 서울대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는 이진주
생산기술연구원장, 이영기 한국개발연구원(KDI)부원장, 이경태 산업연구원
(KIET)부원장, 정순원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상무, 우태회 통상산업부
산업정책국 과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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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 교수 =이제는 우리경제가 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들이 많습니다.

먼저 이경태 KIET부원장께서 우리경제의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해
주시지요.

<> 이경태 부원장 =거시지표상으로는 우리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같습니다.

과거에도 5%대로 성장이 낮아졌다가 금방 회복됐거든요.

그렇지만 과거와는 달리 최근의 경제침체는 단순한 성장둔화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다 정보화 개방화의 진전으로 국제사회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데
우리가 이런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입니다.

우리경제가 이 지경이 된데는 정부의 책임도 큽니다.

정책의 일관성 부재는 물론이고 정부의 규제개혁이 공염불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경직적이고 독선적인 자세에도 이렇다할 변화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 송 교수 =그러면 위기극복 방안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 이 원장 =경쟁력강화의 핵심은 기업에 달려 있습니다.

이제는 정부정책이 기업중심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기업에 군림했지만 그 반대가 돼야 합니다.

<> 이영기 부원장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데 공감합니다.

우리경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경기양극화, 기업의 재무구조취약 등
불안정요인을 상당수 갖고 있습니다.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앞선 정부정책도 주범의 하나입니다.

이제는 단순히 고비용-저효율이라는 경제문제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문제
등도 복합적으로 검토돼야 할 것입니다.

또 덩치키우기에만 급급한 기업들의 행태도 바뀌어야 합니다.

<> 정 상무 =최근의 경제위기는 80년대말 호황기때 구조조정을 게을리한
탓이라고 봅니다.

호황을 구가하다보니 당시 경제논리가 정치논리에 밀린거지요.

또 자본과 노동이라는 기존의 생산요소 이외의 새로운 생산요소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우리경제의 경쟁력약화 요인으로 지적할수
있을 겁니다.

<> 우 과장 =그동안 정부의 정책남발로 우리경제가 이제 약발을 받지 않는
지경이 됐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임금등 비용을 낮춰 경쟁력을 회복하기는 어렵습니다.

구조조정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셈입니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고부가가치보다는 다각화에만 노력을 집중했던 것도
경쟁력약화의 한 원인일 것입니다.

또 과거에 수출포상을 수상한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제조업을 등졌다는
것도 깊이 되새겨봐야 할 점입니다.

<> 송 교수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함으로써 정부의
정책수단 활용에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됐습니다.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있어 정부의 역할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 이경태 부원장 =WTO출범이후 정부의 산업지원정책이 상당히 위축되고
있습니다만 기술개발 연구개발 환경보호 지역개발 등에 대한 보조금등
아직도 정부의 지원수단은 많습니다.

최근 OECD국가들은 지역개발보조금을 늘리고 있는 추세입니다.

첨단산업과 자본재산업의 육성을 위해 기술개발보조금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미래유망산업을 발굴, 기술개발전략과 연계시켜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영기 부원장 =글로벌 경쟁시대에 정부의 정책수단이 효율적이기에는
많은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이제는 과거 고성장시대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잠재성장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어 저성장기조는 불가피할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제는 국제수지 성장 물가등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거시정책을
펴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정부의 역할은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여건을 마련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겁니다.

<> 송 교수 =세계적 석학인 새뮤얼슨 교수는 이제 정부의 역할은
물가안정과 산업지원정책에 치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앞으로 통상산업부의 역할이 더욱 커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원장님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 이 원장 =다시 강조하지만 경쟁력강화 정책은 기업의 경쟁력제고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경제의 구조와 체제자체가 잘못돼 있어 기업의 경쟁력제고는
현실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혁명에 가까운 조치없이는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제는 발상 뿐아니라 정책지향점을 완전히 바꿔야 할 겁니다.

미국의 베스트 교수는 정부가 유망산업육성을 위해 이 산업전반을 키우려
하기보다는 이 산업을 영위하는 개별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 송 교수 =현재 대통령 자문기구인 금융개혁위원회가 낙후된 우리의
금융산업 개혁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만 은행의 주인찾아주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경태 부원장 =우리나라 은행의 경우 주인이 없다는 것은 주주들이
자신의 주권행사를 제대로 할수 없기 때문에 파생된 문제입니다.

물론 은행소유권을 대기업에 줘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주주권을 제대로 행사할수 있는 장치만 마련해 주면 될 것입니다.

<> 이영기 부원장 =은행이 이제는 성장가능한 기업을 가려내 이를 육성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금융기관이 과거 정부가 하던 역할을 대신해야 할 것이라는 얘깁니다.

금융산업에 경쟁체제를 확립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또 그동안의 담보대출관행을 탈피,신용대출 위주로 전환해가기 위해서는
선진금융기법 등을 배양한 전문인력 양성도 시급하다고 봅니다.

주인있는 경영보다는 책임있는 경영을 할수 있는 여건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우 과장 =금융산업 뿐만 아니라 교육부문의 낙후도 산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입니다.

과도한 사교육비 문제해결과 함께 대학정원 조정으로 일부산업의 인력부족
현상도 완화해야 합니다.

영국처럼 노동부와 교육부를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금융산업의 가장큰 문제점은 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데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GDP(국내총생산)대비 총통화(M2)의 비중이 40%에 불과한
반면 선진국들의 경우엔 1백~2백%에 달합니다.

대기업으로의 여신편중현상 등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과제입니다.

<> 송 교수 =여러분들이 지적하신대로 지금은 기업의 시대, 산업의
시대입니다.

이제는 영상산업이나 하이테크산업등 신산업에 대한 진입장벽등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이경태 부원장 =이제는 영상산업등 신산업에 대한 그간의 인식을
전환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예를 들어 영상산업과 관련된 정부부처만도 통산부 문체부 정통부
등입니다.

이를 빨리 일원화해야 할 겁니다.

<> 이 원장 =기계및 자본재산업의 육성 못지않게 부가가치가 높은 패션
디자인 관련산업도 집중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정부의 행정기능이 기업에 대한 서비스 확대라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고보면 정치부문이 가장 먼저 개혁돼야 할 대상일 겁니다.

<> 정 상무 =지금까지는 문제가 발생하면 약점보완에 그쳤으나 강점은
살리면서 약점을 보완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기업에도 책임이 있지만 지나치게 높은 금융비용으로
투자및 기술개발이 어려웠던 점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 이영기 부원장 =먼저 정부가 바뀌어야 합니다.

정부조직과 기능을 재조정하고 불필요한 경상경비를 줄여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편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기술지원 뿐아니라 전반적인 경영지도에도
힘써 경영노하우를 제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 정리=박영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