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경제살리기"를 위해 의욕적으로 출범시킨 경제대책회의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특히 대책회의의 위상과 역할, 그리고 구성방식에 대해 참석자간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자칫하면 "전시용 기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제대책회의는 10일 1차회의를 갖고 대책회의의 구성, 의제선정 및 활동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신한국당 김중위 국민회의 이해찬 자민련 허남훈 정책위
의장을 비롯 손병두 전경련 상임부회장, 김창성 경영자총협회장, 김상하
대한상공회의소장, 구평회 무역협회장, 박상희 기협중앙회장, 박인상 노총
위원장, 김영대 민주노총 사무총장, 박진근 한국경제학회장, 최청림 신문.
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정광모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장 등 상임위원 13명과
비상임위원인 강경식 경제부총리가 참석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사전 준비부족과 참석자들의 인식차이로 별다른
성과없이 1시간만에 회의를 끝났다.

특히 일부 참석자들은 대책회의의 위상과 구성방식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 향후 회의활동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회의에서 박인상 노총위원장은 "대책회의가 잘못하면 각 정당의 대선
전략에 따른 대국민홍보용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이 회의가 3당의
자문기구인지 경제난 극복을 위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기구인지 성격을
분명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권영길 민주노총위원장을 대신해 참석한 김영대 사무총장도 "대책회의가
"경제살리기"라는 선언적인 합의만을 남긴다면 오히려 국민의 불신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구체적인 입장없이는 노동자나 사용자를 설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사무총장은 또 "대책회의의 의제나 논의방향에 대한 사전협의없이
회의에 참석해달라고 하면 대책회의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
이라며 운영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진근 한국경제학회회장도 "참석자들간에 경제에 대한 공동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의제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기위해서도 정부측에서
경제현안에 대한 브리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대표들은 또 "대책회의의 구성이 사용자측에 치우쳐 있다"며
"노동계와 재계의 인원구성을 비슷한 비율로 해줄 것"을 요구했다.

김사무총장은 "14명의 구성원중 1/3이상이 사용자측에서 나왔다"며
"사용자 입김이 크도록 회의를 구성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창성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노동계에도 앞으로 복수노조가
생기면 그 대표자를 이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엉뚱한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최청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은 ""경제살리기를 위한 회의라고해서
왔는데 오히려 노사간의 첨예한 대립만이 느껴진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한국당 김중위 정책위의장은 "민감하고 합의가 어려운 부분은 시기를
두고 고려해나가자"며 참석자들을 설득한후 "2차회의에서 강경식
경제부총리로부터 경제현안에 대한 보고를 듣고 공동관심사를 논의하자"며
서둘러 회의를 끝냈다.

< 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