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7일 신문에 보도된 KDI의 "공기업 민영화" 방안 핵심골자는 "대상
공기업을 특정 대기업에 매각하지 않고 당분간 정부가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
하되 유능한 경영진을 공채및 추천 영입을 통해 선임하고 강력한 경영권을
보장하여 경영의 비효율성을 제거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경영간섭을 줄이고 책임경영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제안은
규모가 커진 오늘날 우리나라 공기업 현실에 비추어 너무나 타당한 제안이다.

그러나 경영진의 공채및 추천 영입에 대해서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으로
생각된다.

기업은 그것이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나름대로의 문화와 핵심 성공요인이
있다.

따라서 특정경영자가 어떤 영역에서 성공적 경영을 했다고 해서 다른 영역
에서도 성공하리란 생각은 환상일 뿐이다.

미국 최우량 거대기업의 성공요인을 다양한 통계와 사례연구방법을 통해
분석해 본 스탠퍼드대학의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보고서를 냈다.

즉 최우량 기업 18개사의 역대 최고 경영자 1백13명중 단 4명만이 외부에서
영입되었으며, 많은 기업이 리더십의 연속성이 단절되어 기업성공의 요체가
되는 핵심 성공요인을 보존하지 못해 우량기업에서 탈락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더구나 경영혁신은 경영자 혼자서는 결코 이룩해 낼수 없다.

경영의 핵심을 상하가 함께 느끼고 호흡하는 경우에만 혁신은 성공할수
있다.

따라서 최고 경영자의 외부영입은 아무래도 위험하다.

KDI의 공기업 민영화 방안은 앞으로 다른 공기업 민영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몇몇 공기업 경영자의 안이한 자세와 좁은 시야가 공기업 경영 비효율성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다양한 업무영역을 가진 거대 공기업의
경우 외부영입 경영자가 경영의 핵심을 파악하는데만도 1~2년은 족히 걸린다.

이 경우 3년 임기가 보장된 영입경영자로서는 빠른 실적에 급급할 수밖에
없어 경영의 비효율성 제거에 몰두하다 보면 지금까지의 경영을 지탱해 온
효율성 요인까지 같이 제거해 버릴 위험성도 많다.

사실 공기업 경영의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는 우리 모두가 다 잘 알고 있다.

강력한 실천 의지가 있고, 경영권이 안정적으로 보장되어 있으며, 경영자
에게 혁신의 임무를 확실히 부여하기만 하면 지금 바로 실천에 들어갈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최고경영자의 외부영입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김연수 < 한국전력 연수원 교수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