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말까지 경영권방어의 유력한 카드로 등장했던 사모사채의 위력이
반감된 대신 주식매입선택권(Stock Option)이 새로운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상장기업들이 경영권방어를 위해 발행한 주식연계채권, 즉 사모
전환사채(CB)와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여전히 불씨를 남기고 있다.

발행된 사모사채는 대부분 대주주와 우호적인 세력들이 인수했다.

그런 우호세력들을 공동목적 보유자로 보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것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일부터는 사모사채의 제도가 정비돼 인수한뒤 1년이 지나야 전환이
가능해 사모사채의 위력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주식매입선택권은 유력한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12월말 결산법인 가운데 주식매입선택제도를 도입한 회사는 13개사.

물론 주식매입선택권제도는 임직원들에게 일정기간뒤에 주식을 일정한
가격에 사들일 수 있는 권리를 줘서 사기를 진작시키려는 게 주목적이다.

성장기업이 주로 쓰는 이 제도는 임직원들이 회사측에 우호적인
입장이라는 점에서 미래의 우호지분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이에따라 임직원의 사기진작과 경영권방어라는 일거양득을 노리는 기업도
늘 것으로 보인다.

사모사채의 남은 불씨와 새로운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등장한 주식매입
선택권에 대해 살펴본다.

[[ 사모사채 ]]

[ 발행현황 ]

올들어 지난 3월31일까지 사모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사모CB가 46개,
사모BW가 22개 등 모두 68개다.

이들이 발행한 사채의 금액은 무려 1조2천2백31억원이다.

주식으로 전환됐을 때 자본금증가율을 보면 거평그룹계열의 태평양패션이
1백3%로 가장 많다.

동일패브릭(89.5%) 대원전선(70.3%) 한주통산(65%) 세우포리머(50.5%)
신세계종금(50%) 등도 자본금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문제점 ]

사모사채의 인수자를 개정 증권거래법상 공동목적보유자로 보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대해선 논란이 일고 있다.

인수자가 대부분 대주주에 우호적인 세력이기 때문이다.

새 증권거래법에서는 의결권행사를 같이 하려는 공동목적보유자는 특별
관계인으로 지분을 합산보고하도록 돼 있다.

대주주입장에서는 취약했던 지분을 높여 경영권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인수자의 성격규정이 문제가 된다.

게다가 올들어 발행된 사모사채들이 금리가 낮게 책정되는 등 대부분
발행조건이 좋지 않은데도 우호세력이 인수했다는 것은 모종의 이면계약이
있는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대해 증권감독원은 이면계약내용이 의결권 또는 주식처분권과 관련이
있다면 계약내용을 대량보유신고때 같이 기재해야한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기재하지 않았을 때는 의결권이 제한되고 처분명령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권분쟁이 일어난다면 이면계약의 유무에 대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때는 법정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게 증감원의 입장이다.


[ 전망 ]

1조원이 넘는 사모사채의 발행으로 증시의 물량압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대주주들이 경영권방어용으로 사모사채를 발행한 만큼 발행물량이
모두 주식으로 전환돼 유통물량으로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주식으로 전환되면 주당순이익이 낮아지는 등 주식가치가 희석돼
소액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새로운 법규를 시행해 전환사채 제도를
개선했다.

경영권방어를 위한 사모사채의 발행남발을 막자는 취지다.

경영권분쟁중인 기업의 사모사채발행을 금지하고 발행후 1년동안 주식으로
전환할 수 없도록 한게 주요골자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사모사채에 의한 물량압박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주식매입선택권 ]]

주식매입선택권은 경영의 성과를 임직원과 같이 나누자는게 본래 취지다.

새 증권거래법에도 주식매입선택권의 운영기준이 정해져 있다.

주식매입선택권제도를 도입하기위해 올해 정기주총에서 정관을 변경한
기업체는 13개사이지만 앞으로 많은 상장기업들이 이 제도를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매입선택권제도가 M&A에서 가지는 의미는 크다.

주식을 대량취득하면 강화된 보고의무에 따라 대량보유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25%를 넘기려면 50%+1주에서 기존보유분을 뺀 수량만큼 의무공개매수를
해야하므로 자금부담이 크다.

따라서 경영권을 방어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주식매입선택권은 일정기간후에 주식을 일정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이므로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상장기업들이 임원들에게 대주주지분을 나눠 분산시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매입선택권제도의 확산을 예견할 수 있다.

주식매입선택권이 공격수단으로 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새 법규에서는 스톡옵션부여와 권리행사는 서면에 의하도록 하고
주식매입선택권의 양도.담보제공은 금지했지만 공격자가 임직원과 공동목적
보유자라는 사실을 입증하면 방어자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최명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