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북한 노동당 비서의 망명 등으로 인해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통일비용 문제가 또다시 관심사항으로 부각되고 있다.

통일비용에 대한 수량적 분석은 그동안 끊임없이 학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그렇지만 정작 통일비용의 부담주체인 국민들의 부담의사와 반응 및
평가는 소홀히 다루어져 왔다.

다분히 정책입안자의 입장에서 통일비용을 거론해 왔던 것이다.

이를 감안 LG경제연구원은 최근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지불의사액 추정"
이란 보고서에서 실제 일반국민들이 통일로 인해 얻게 될 "기대편익"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의 통일비용 부담을 감수할 용의가 있는지를 조사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보고서는 전국의 일반국민 1천6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토대를 두고 보고서 내용을 정리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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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에 대한 경제적 연구는 그 소요비용에 대한 연구와 지불의사에 관한
연구로 나뉘어진다.

통일비용에 관한 연구는 통일 이후 파산상태에 빠진 북한경제의 자생력을
향상시켜 1인당 소득을 남한의 일정비율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되는
비용을 측정하는 것이다.

반면 지불의사에 대한 연구는 국민들이 통일후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얼마까지의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를 측정하는 것으로 일종의 통일
편익을 추산하는 것이다.

통일비용에 관한 연구는 상당히 많이 발표되어 있다.

기존 연구들에 의해 추정된 통일비용은 가정과 방법에 따라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연구에 따라 적게는 1백60조원에서 많게는 1천4백40조원까지 추산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대략 2백조~4백조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통일비용에 관한 연구에 비하면 지불의사 측정에 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져 있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정책수행자(비용측면)의 입장이 아닌 정책수혜자(편익측면), 즉
일반국민들의 입장에서 통일에 대한 지불의사액을 측정해 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통일은 시장의 가격기구를 통해 거래될 수 있는 재화가 아니므로 이로
인한 경제적 편익을 화폐적 가치로 측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통일이라는 공공재에 대해 국민들의 지불의사 정도를 설문조사를
통한 조건부 가치측정법을 이용해 추정했다.

설문조사는 전국 1천6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통일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견해는 거주지역별로 인천(71.8%)이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제주(66.7%) 광주(54.6%) 부산(52.1%) 등이었으며
대전이 38.1%로 가장 낮았다.

출신지역별로는 제주(60.0%) 북한지역(56.4%) 경상도(51.2%) 등의
순이었다.

성별로는 통일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의견이 여성(39.5%)보다는 남성(55.4%),
기혼(47.0%)보다는 미혼(48.6%)에서 높게 나왔다.

직종별로는 전문관리직 자영업 서비스업 학생층에서 또 고학력일수록
지불의사가 높았다.

통일방식과 관련 남한의 군사력을 바탕으로한 통일방식을 원하는 응답자의
경우 51.7%가 통일비용 지불의사를 밝혔다.

남한의 경제력 우위를 토대로한 흡수통일을 선호하는 응답자는 49.9%가
지불의사를 나타냈다.

또 남북한의 체제를 유지하는 고려연방식 통일을 원하는 응답자중에서는
45.5%가 통일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겠다고 의사표시했다.

국민들의 통일비용 지불의사가 통일방식에 상관없이 엇비슷하다는 것이다.

한편 통일후 북한난민 처리방법에 있어 자유왕래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자
중에서는 50.7%가 통일비용을 지불하겠다고 답했다.

제한적인 왕래허용을 제시한 응답자들은 46.5%만이 지불의사를 밝혔으며
철저히 왕래를 통제해야 한다는 이들은 29.2%만이 지불의사를 나타냈다.

한편 통일이 5년이내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응답한 국민들중에서는 55.8%,
5~10년으로 예상하고 있는 국민들은 54.5%가 통일비용 지불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통일까지 20년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응답자들중에서는
47.3%만이 지불의사를 밝혀 통일이 빨리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국민들
일수록 지불의사가 높았다.

통일로 인해 북한의 이산가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응답자들중에서는
50.8%가 지불의사를 나타냈다.

백두산 금강산 등 북한 명소 관광을 통일의 편익이라고 응답한 사람들
중에서는 48.6%가 지불의사를 보였다.

통일이 되면 경제대국이 돼 경제적 혜택을 누릴 것으로 기대하는 응답자들
중에서는 52.8%가, 민족화합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응답자들
중에서는 51.0%만이 지불의사를 표시했다.

또 방위비의 축소로 세금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자들은 49.8%가,
세부담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국민들사이에서는 44.8%가 지불의사를
보였다.

이같은 내용의 설면조사에서 설문대상자에게 통일에 따르는 편익을 설명한
후 일정액의 소득세 소비세 또는 통일세를 지불할 의사를 물어 평균적인
지불의사액을 추정했다.

추정결과 국민 1인당 매월 1만9천1백원에서 2만3천9백원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액수는 매년 10조3천억~12초9천억원이며 이를 10년동안 지불한다고
가정할 때 1백3조1천5백억원~1백29조2천3백억원이 된다.

이 총 지불의사액은 기존의 연구들이 통일비용으로 추정한 1백60조~1천4백
40조원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이는 정부가 통일비용을 조달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통일비용 전부를 조세를 통해 조달할 경우 국민들이 이를
과중하다고 생각해 조세마찰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차이를 매워나가기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첫째 정부가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방식으로 통일을 추진해야 국민들이
통일에 대해 부담감을 덜 갖게 될 것이다.

통일비용은 점진적인 통일이냐 급진적인 통일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또 남한의 경제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흡수통일이냐 양측의 체제를
일정기간 유지하는 통일이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민 모두가 가장 바람직한 통일방식에 대해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둘째 통일정책은 통일비용에 대한 지불능력을 향상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통일비용 지불을 남한만 담당할 것이 아니라 북한측도
부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북한측이 통일비용의 일부를 담당토록 하기 위해서는 남북한간의 경제협력
범위를 보다 확대시켜 북한의 경제를 회생시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통일에 대한 지불능력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남북
경협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통일에 대한 지불의사는 주관적인 판단에 좌우되므로 통일의
당위성과 통일에 따르는 편익을 국민에게 제대로 인식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들간에 이질감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통일의 혜택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양측간 불신과 반목만이 거듭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애국심과 민족의 자긍심이 발휘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때
모두가 공동체 의식을 느끼게 되어 통일에 대한 지불의사는 높아질 것이다.

넷째 국민들로 하여금 통일의 가능성에 대해 확신을 갖도록 해야할 것이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통일 가능성이 높다고 대답한 사람들은 낮다고 대답한
사람들보다 통일에 대한 지불의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들이 통일에 대해 확신을 갖고 통일정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현실성있는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다섯째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호응할 수 있는 통일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상되는 통일비용의 규모에 비해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지불의사액은
월등히 작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재원조달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통일재원조달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조세저항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도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호응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재원조달을 위해 조세 이외에도 가능한 모든 방법들을 모색해 놓아야
할 것이다.

여섯째 통일 이후의 경제상황에 따라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만족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원만한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체질이 허약해진
국내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급선무이다.

즉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지불의사를 높이기 위해서 건실한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일곱째 통일에 대한 지불의사를 높이기 위해서는 통일 이후 북한에
투입되는 재정효과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통일에 대한 지불의사에 거부감이 있을 것이므로 우리
정부는 통일 이후 북한에 대한 재정지원이 보다 투명하고 국민적인 합의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정리=박영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