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9년 "10.26" 사건으로 유신체제가 붕괴된 뒤 요직을 두루 거쳐
부정축재 혐의를 받았던 이후락씨가 "떡을 만지다보니 떡고물이
떨어지더라"고 변명한 적이 있다.

그 후 이씨의 떡고물중 밝혀진 것만 1백94억원이었으니 본체인 떡값은
얼마나 됐었는지 짐작조차 할수 없었다.

떡이란 우리사회의 대표적 별식이요 간식이다.

그래서 고래로 떡은 이웃이나 친지들과 함께 나눠 먹는 게 우리
풍속이었다.

"남의 떡에 설 쇤다"는 속담은 바로 우리 인정을 표현한다.

또 떡은 귀신들도 좋아하는지 무당이 굿할 때 팥고물을 얹은 시루떡을
사용한다.

집안이 불화하거나 나라안이 뒤숭숭하면 "떡 해먹을 집안 또는 세상"
이라고 말한다.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이 작년 설과 추석에 "떡값"으로 정.관계 및
금융계에 뿌린 금액이 84억원에 이른다 한다.

"떡값"이 1인당 얼마씩 돌아갔는지 알수 없지만 상식적으로 84억원이
배분됐다면 그것은 이미 "떡값"이 아니다.

그것을 당사자들이 굳이 "떡값"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 아니라 우리 미풍인 "떡값"이라고 호도해 넘어가려는 게 아닌가
짐작된다.

현행 형법은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이 없는 것은 아무리 그 이익이
크다 할지라도 뇌물죄로 처벌할 수 없다.

상식으로 대가없는 이익수수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실제 수사에
있어서 이익과 대가성을 입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또 정치자금법은 정당이 아닌 개인에게 조건없이 제공하는 정치자금은
위법이긴 하지만 처벌규정이 없다.

이같은 법의 맹점이나 미비가 부정부패를 척결하는데 걸림돌의 하나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감사원장 자문기구인 부정방지대책위가 공직자의 향응과 접대 등을
금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시안을 제의한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다.

공직자가 받을 수 있는 이익의 범위를 정하고 이 범위를 넘으면 정당한
이유가 없는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규정이 너무 엄격해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각계의견을 수렴해
이 개정시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적어도 "떡값"의 수수는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