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게 약이야, 식품이야"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터져 나올정도로 식품업계에 "건강바람"이
거세게 불고있다.

3백원짜리 새우깡에도 머리에 좋다는 "DHA"를 첨가하고 씹으면 엔돌핀이
"팍팍" 돈다는 껌이 선을 보일 정도다.

식품업체들은 건강보조식품은 물론 음료 우유 요구르트 과자 라면등
일반식품에도 기능성 물질을 넣어 피로회복 두뇌증진 시력보호 치아건강유지
다이어트 등에 좋다고 자랑이다.

기능성 물질을 넣지 않고 대신 몸에 좋지않은 물질을 뺀 이른바
라이트(light)식품도 건강식품으로 대거 등장했다.

설탕 소금 지방 칼로리 알콜을 빼거나 함량을 줄인 이른바 "5저 식품"이
대표적인 사례다.

맛이 좋다거나 영양이 풍부하다는 식품의 기본조항은 우수 식품의 덕목
순위 리스트에서 뒤로 밀린지 이미 오래다.

건강식품 개발붐은 식품메이커에 국한되지 않는다.

식품업체들이 각종 기능성 식품들을 내놓자 이에 뒤질세라 제약회사들도
앞다퉈 기능성 음료와 식품들을 내놓고있다.

건강이라는 큰 범주안에서 제약회사와 식품회사사이에 소위 "영역파괴"가
벌어지고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식품업계가 거의 그대로 따라가는 일본의 예로 보아 기능식품
전통식품 자연식품 건강보조식품등 "건강"을 모토로 하는 식품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식품의 최대 각축장은 우유 요구르트등 유제품.유가공업체들은
DHA(뇌세포구성성분) 칼슘등과 같은 기능물질을 첨가한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서울우유 남양유업 매일유업 빙그레 해태유업 파스퇴르유업등 유제품
회사들은 값비싼 기능성 우유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영양보다 기능에 초점을 맞춘 프리미엄급 우유가 전체 우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5년 10%수준에서 지난해에는 20%대로 껑충 뛴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요구르트는 아예 시장전체가 고급 기능성제품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제품마다 올리고당 식이섬유 비피더스균을 강화시켜 직장인들의 간기능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문구가 붙어있다.

파스퇴르유업이 불을 댕긴 고급요구르트제품 개발경쟁은 이제
한국야쿠르트의 "메치니코프"남양의 "불가리스" 매일의 "비피더스"
해태유업의 "요고요고"등으로 확대됐다.

음료시장도 마찬가지다.

콜라 사이다등 탄산음료와 오렌지주스등 과즙음료가 제자리 성장에
머물고있는 틈을 타 갖가지 기능성 음료가 등장했다.

건강음료는 음료 본래의 기능인 목축이기보다는 피로회복 기분전환등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양은 콜라 등의 절반밖에 되지않는다.

건강음료는 현대약품 한미약품등 제약회사들이 개발해 크게 히트한
식이성 음료가 원조.

그러나 제일제당의 체인지업 솔의눈 쑥의순 뷰렙 등과 LG생활건강의
마이빈 엘키토, 동원산업의 해조미인 등이 선보이면서 기능도 다양해졌다.

기능식품이 가장 다양한 곳은 제과시장.롯데 해태 동양 크라운제과등
주요 제과사들이 선보인 신제품에는 대부분 한가지이상의 이색소재가
들어있다.

제과는 특히 5저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불고있는 분야다.

무설탕을 표방한 제품은 롯데의 제로초콜릿을 비롯 닥터크리닉껌,해태의
덴티큐등이 있다.

롯데제과의 프리미엄, 해태의 아이비, 동양제과의 베이직등은 저칼로리
저염 저지방 무설탕을 강조하고있는 크래커들이다.

또 DHA는 과자는 물론 소시지 햄등 어린이들이 많이 찾는 식품에서는
기본사양처럼 돼버렸다.

이밖에 MSG를 넣지않았다는 빙그레의 뉴면, 아스파라거스성분을 넣어
속풀이에 좋다는 농심의 속풀이해장면등 이색기능을 갖춘 건강식품개발은
끝이 보이지않을 정도로 이어지고있다.

<김광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