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베르디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말러-1970년
5월에 창립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연세대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서클의 하나로 자타가 공인하는 고전음악감상 동호회인 "하모니"가
사랑하는 작곡가의 이름들이다.

우리들의 손때가 묻어있는 대강당 1층 서클룸과 학생회관 3층
음악감상실은 오래전 학교를 떠난 OB들에게도 여전히 소중한 추억의
보금자리요,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고향이다.

특히 음악감상실에서 1주일에 두시간씩 DJ를 맡아 연세인들에게
고전음악을 틀어주던 기억을 되살리고픈 여러 동문들의 소망이 어우러져
88년께부터는 2개월에 한번씩 동문집회를 갖게 되었다.

재학생들에게 부담을 주기 않기 위해서 처음에는 외부 장소를 빌려
모임을 갖다가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음악감상실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집회 형식은 우리가 학부시절 갖던 그대로다.

베토벤의 데드마스크가 걸려있는 감상실 전면을 배경으로 동문회장인사,
해설을 곁들인 음악감상, 회원들이 돌아가며 한마디씩 하는 3분 스피치,
회원 동정이나 행사를 알리는 광고의 순서가 이어진다.

졸업 후에도 음악감상 모임을 꼬박꼬박 갖는 이유는 우리가 처음 맺어진
본분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이렇게 졸업후에도 열심히 음악 듣는 동문들이 늘다보니 음악전문기자를
직업으로 택한 유윤종 (동아일보) 전원경 (객석) 동문을 비롯하여 음반평론
오디오평론계에서 많은 동문들이 활약하고 있다.

윤종민 정우광 선배, 필자, 그리고 필자의 사랑스런 후배인 송연진
성면창 박진용 이명재 이일후 이재준 등이 객석 레코드포럼 하이파이저널
등 고전음악 전문지에 글을 기고하면서 우리나라 음악.음반계의 발전에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고 자부한다.

2년전 예술의 전당에서 창립 25주년 행사를 가졌을 때 참석한 동문들은
하루빨리 동문회 기금을 그럴듯한 규모로 키워서 후배들을 지원하고
하모니의 자랑스런 전통을 잇는 재원으로 삼자고 다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