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과 옵션이 새로운 재테크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1천개가 넘는 현물 상장종목에 파묻혀 유망종목을 고르기 보다는 주가가
오를 것인지 내릴 것인지만 판단하면 되는 곳이 선물과 옵션시장.

게다가 적은 투자로 높은 수익을 가능케하는 지렛대효과도 매력적이다.

그러다보니 발빠른 프로투자자들은 벌써부터 선물시장으로 옮겨가
맹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알게 모르게 개인투자자들이 득세하는 곳이 선물시장이다.

주식쪽에선 이름만 대면 알만한 큰손들의 닉네임이 즐비하지만 선물쪽에선
금융실명제란 가면속에 일반인들이 활보하고 있다.

선물시장의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비중도 20~25%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30%를 웃도는 날도 많다.

현재 이 시장에서 암암리에 이름을 날리고 있는 스타는 보람증권 P지점의
A씨.

그는 선물시장에서 숱한 화제를 날리며 시장개설 초창기부터 뛰어든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10억원의 투자원본을 지난해 1백억원으로 부풀린 것으로 전해진다.

주가가 추락하기에 앞서 미리 선물을 팔아놓아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두었다는 얘기다.

그런 그도 올해초엔 주가예측을 잘못하는 바람에 그동안 벌어놓았던
자금을 다 까먹었지만 최근엔 다시 승승장구한다는 후문이다.

역시 스타다운 면모라 아니할 수 없다.

뿐만 아니다.

한진투자증권 P지점에 계좌를 튼 B씨도 지난해 30억원가량의 "포탄"을
동원해 선물시장에 쏟아부었다.

뼈를 깎는 아픔으로 미래주가를 면밀하게 내다보고 그에 걸맞는
선물포지션을 취했다.

상응하는 수익은 상상을 넘는 정도다.

그래도 주가추이가 혼미한 요즘에는 활발한 매매를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지적이다.

1백억원어치를 투자한다고 치면 15%인 15억원의 증거금만으로도 움직일
수 있어 지렛대효과도 엄청나다.

파급효과가 큰 만큼 얼굴을 드러내기를 꺼리는지도 모른다.

이들은 철저한 비밀보장속에 선물시장이란 바다속을 유유히 누비고 싶어
한다.

그래서인지 A씨와 B씨의 계좌를 관리하는 담당 지점장들은 금융실명제를
들어 "그들의 움직임에 대해선 전혀 말할 것이 없다"고 입을 다문다.

오히려 그들의 전문적인 선물투자기법에 대해 한수 배우는 입장이라는
심경을 토로하고 있을 정도다.

증권업계에선 이들 선물투자자외에도 대유증권이나 부국증권 등을 통해
거액의 개인투자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선물시장은 이제 걸음마 단계지만 선진국의 경우 선물시장규모가
현물보다 훨씬 크다.

국내선물시장도 멀지않아 현물시장을 추월할 것이다.

증권투자의 전문가인 기관, 외국인과 맞서 싸워 당당히 승리를 거두는
일반인 스타는 선물시장 확대와 함께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 손희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