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한 인생유전을 겪어온 대신그룹 양재봉(72) 회장은 "돈의 마술사"로
불린다.

쌀가게 양조장 극장업 은행원 증권사사장 등을 거친 그의 경력은 살아있는
재테크 신화다.

부동산은 물론 쌀과 술도 그에게는 재테크 수단이었다.

특히 채권과 주식에 대한 그의 탁월한 감각은 오늘날 대신그룹을 일궈내는
원동력이었다는게 주위사람들의 평이다.

그는 투자성공담을 이렇게 말한다.

"지난 80년 대신증권 사장으로 다시 복귀했을 때다.

회사의 재무구조도 형편없었고 신용도도 말이 아니었다.

이때 채권투자에 온 힘을 쏟았다.

2차오일쇼크로 회사채 수익률이 30%까지 치솟았을때 수천억원어치의 채권을
사들였다.

그러자 금리가 단숨에 14%가지 하락했다.

상당히 큰 이익을 봤다.

또 지난 85년 일본에 갔을때 자동차산업의 범상치 않은 움직임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철저한 기업분석 결과 현대자동차 주식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서울에 전화를 걸어 수백만주 사놓으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귀국해보니 그 주식값은 두배이상 올랐다.

현대자동차 주식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현재 여의도사옥을 마련한 셈이다"

비록 요즘의 경제상황이 당시와는 다르지만 양회장의 이같은 성공사례는
일반투자자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채권에 대한 관심이다.

요즘같이 주식시장이 침체를 거듭할 때는 채권투자로 눈을 돌려야 할때다.

특히 채권시장의 개방이 진전되면서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할수 있다.

또 많은 채권전문가들이 현재 자금시장은 시중에 풀려있는 자금에 비해
금리가 높은 상태로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경제가 정상적으로 움직여준다면 기대보다 높은 이익을 낼수
있는게 채권투자다.

회사채 수익률이 30%까지 치솟았을 때를 놓치지 않고 투자한 양회장처럼
금리하락이 예상된다면 주저말고 과감하게 투자하는게 성공의 비결이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양회장은 기업의 내재가치는 물론 업황을 살피고 그 기업의 성장가치까지
따져가며 투자종목을 골랐다.

그리고 선택이 끝나면 과감하고도 신속하게 실행에 옮긴다.

일본에 머물면서도 현대자동차 주식을 수백만주나 사라고 즉각 지시한 점이
그렇다.

투자의 선택에 관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하지만 선택이 끝나면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는 그의 결단력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 최명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