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노사포럼의 주제는 "퇴직금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입니다.

퇴직금은 최근 누진율이 높아지면서 노사가 자주 마찰을 빚고 있는
제도입니다.

경영계는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과 중복된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노동계는 노후보장을 위해 반드시 존속시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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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 김대모 <중앙대교수.경제학 / 사회>
김종각 <노총 선임연구위원>
양병무 <경총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
임경석 <와이어트컨설팅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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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퇴직금은 공로보상 임금후불 생활보장 등의 의미가 복합돼
있습니다.

퇴직금의 성격부터 규정해보죠.

<> 김위원 =퇴직금은 기본적으로 재직기간 중의 임금이 낮기 때문에
생겨난 것입니다.

그래서 임금후불과 생활보장 성격이 강한 것이지요.

<> 양부원장 =기업에서는 퇴직금은 공로보상이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론 그것이 잘 반영되지 않고 있어 문제입니다.

<> 임수석 =서구사회는 오래전부터 퇴직금을 연금형태로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퇴직금을 또 다른 급여로 보고 있습니다.

국민연금과는 별도로 인식하려는 경향이지요.

특히 퇴직금을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 사회= 법적강제가 문제라는 것은 지난 87년 국민연금제가 생겼고
또 그후에 고용보험제도도 나왔기 때문에 퇴직금과 중복된다는 지적이지요.

경영계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 양부원장 =법정강제가 문제의 원천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이 강제규정을 임의규정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과거 저임금 고성장 시대에는 기업으로서도 부담이 적었습니다만 이제는
고임금 저성장 시대입니다.

<> 김위원 =법적강제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게 노동계의 판단입니다.

퇴직금외에는 노후보장이 전혀 안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국민연금은 아직 수혜자가 생기려면 멀었고 실업급여는 자격 자체가
문제될 때가 많습니다.

<> 양부원장 =세계화 시대에 퇴직금은 여전히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외국인들을 고용하기가 어렵습니다.

국내에 들어와 처음 일할 때는 연봉만 받다가 나중에 왜 퇴직금을 주지
않느냐고 문제삼을 수 있습니다.

<> 남교수 =강제규정을 없앤다고 퇴직금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법에 의한 강제제도가 가져오는 획일적인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임의제도화 하자는 것이죠.

<> 임수석 =퇴직금이 급여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사회보장제도가 부실한 상황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문제는 외국기업들입니다.

최근 서베이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기업들 가운데 퇴직금 누진제를
도입한 기업이 95년 20%이던 것이 96년엔 40%로 크게 늘었습니다.

<> 사회 =현행 퇴직금제가 국민연금제나 고용보험의 실업급여와 중복되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중복되는 것에 대한 교통정리는 분명히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제외되는 근로자들이 나와서는 곤란합니다.

특히 종업원 5~30인 기업은 과도기적 보완이 필요할 겁니다.

다음엔 퇴직금의 기준이 되고 있는 평균임금에 대해 짚어보죠.

이 조항은 요지부동인가요.

<> 남교수 =다른 기준을 사용할 수는 있지요.

그러나 어떤 기준을 사용해도 근로기준법상의 기준을 하회해서는 못하게
돼있습니다.

<> 김위원 =평균임금을 적용할 때 퇴직금 수준이 높으냐 낮으냐가 아니라
임금과 연계되느냐 안되느냐가 오히려 문제인 것 같은데요.

<> 사회 =임의제도가 되면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임금연계 문제도
다시 검토돼야 될 것입니다.

퇴직금과 임금의 연계문제는 어떻게들 보고 있나요.

<> 임수석 =이것은 확정급부(defined benefit)와 확정거출(defined
contribution)의 문제인데 미국의 경우는 노후보장이 확정급부에서
확정거출로 변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확정거출은 기업의 경영실적에 따라 일정 %를 지급하는 것으로 그 액수가
얼마나 될지 모르는 일종의 성과배분( profit sharing )입니다.

우리도 확정거출제도와 같이 퇴직금을 급여와는 별도로 놓고
일정범위내에서 운용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양부원장 =임금과는 절연되는게 제일 좋지만 현실적으론 무리가 있을
겁니다.

일본의 경우도 법정강제가 임의제도로, 평균임금이 기본급등으로 기준이
바뀌면서 이 문제는 검토돼 왔습니다.

퇴직금 기준을 평균임금에서 통상급 기준으로 또 기본급 기준으로
바꿔가는 것도 필요할 겁니다.

<> 김위원 =임금과 연계시키지 않으면 도대체 수십년 근무할 사람을
평가할 기준이 어떤게 있을 수 있습니까.

퇴직자의 생활유지를 위해서라도 임금과 연계될 수밖에 없습니다.

<> 남교수 =완전히 별도로 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문제는 오직 임금과만 연계되기 때문에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데 있습니다.

신인사제도 도입과 발맞춰 직급별로 점수제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 사회 =현행은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대안으로 직급별
근속연수와 그 직급의 평균임금을 곱하는 포인트제를 제안하신 것이군요.

<> 양부원장 =일본의 경우 직급별 체류연수 같은 것이 참 잘돼있습니다.

임의규정화돼있어서 기업이 여러가지를 할수 있는 것입니다.

<> 사회 =최종 직급 3개월의 평균임금 기준은 불합리합니다.

적어도 최종직급 전체근속기간 중에는 직급별 근속기간을 반영할 수 있는
산정방법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누진율 문제를 짚어보죠.

<> 남교수 =누진율은 원래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기업경영환경이 바뀌고 장기근속이 오히려 생산성에 도움이
안되는게 현실입니다.

누진율보다는 지급률이 문제입니다.

<> 김위원 =누진제야말로 경영계가 선호하는 공로보상형 임금 아닌가요.

<> 양부원장 =누진제는 노사간의 핵심쟁점입니다.

단협 때마다 노조의 요구 강도도 세지고 있어요.

이것이 임의제도하에서 되면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 사회 =지급형태를 한번 따져 볼까요.

재개정된 근로기준법에는 일시금과 중간정산 등을 넣고 있지요.

적어도 노사가 같이 원하는 경우는 연금형태 등 선택의 여지를 둬야
했다는 지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 임수석 =법으로는 강제하더라도 여지는 남겨둘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김위원 =노동자들도 연금으로 하는 부분에서는 동의하는 편이지요.

무엇보다 안정성에 가장 관심이 많기 때문이지요.

<> 양부원장 =연금제가 기업으로서는 부담이 될수밖에 없습니다.

퇴직 충당금이 회사 밖으로 나가기 때문이지요.

특히 중소기업이 어렵습니다.

중간정산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를 근로자들이 자의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1년마다 찾을 수 있는 것이냐는 식으로요.

<> 사회 =전 사원이 일시에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달라고 하면 문제가
발생하겠지요.

<> 김위원 =그러나 중간정산제는 정산한 다음에 근속연수가 남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게 문제입니다.

과거의 판례를 보면 회사 사정으로 중간 정산하면 근속연수는 인정받아
왔었습니다.

<> 남교수 =미국에선 중간 정산하면 페널티가 있습니다.

정말 합리적이라면 일정 연수이하에서 중간 정산할 때는 불이익을 줘야
합니다.

<> 사회 =종합적으로 한말씀씩 해주시죠.

<> 김위원 =퇴직금은 기업의 유연화 전략과 관련 있습니다.

퇴직금뿐만 아니라 임금이든 고용이든 노사가 합의할 수 있는 것이면
좋다고 봅니다.

그러나 효율만을 위해 기업이 일방적으로 하면 안됩니다.

<> 임수석 =퇴직금을 근로자들은 급여성으로 많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퇴직금 제도를 없애려고 하는데는 상당히 저항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퇴직금을 없애자, 말자 하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 실정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 양부원장 =퇴직금문제에 대한 정서적인 접근은 지양돼야 합니다.

국제화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합리적인 제도가 무엇인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남교수 =퇴직금은 지급률 산정기준까지 규제하는 경직적인 법이
문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법에 의한 강제를 풀어가는게 필요합니다.

<> 사회 =현행 퇴직금제도는 여러가지 점에서 경직돼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노사가 원하는 경우 다양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 정리=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