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부도의 여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삼미그룹이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를 신청해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주력업종인 특수강의 경기가 좋지 않아 적자가 누적된데다 무리한
시설투자때문에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자부담을 감당할수 없었던 것이
자산규모 26위의 삼미그룹이 쓰러지게된 배경이다.

가뜩이나 수출부진과 경기침체로 경제사정이 어려운 수출부진과
경기침체로 경제사정이 어려운 판에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마저 줄줄이
무너져 심리적 공황현상까지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금리와 환율이 치솟고 주가가 연일 폭락하고 있으며 다음번에는
어느 기업차례라는 소문이 퍼져 자금시장이 극도로 위축돼 있는 실정이다.

우리경제가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는 길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포함한 경제전반에 걸쳐 철저한 구조조정및 경영혁신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밖에 없다.

지금의 위기상황이 결코 한보나 삼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경제전체가
일대 전환기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인식은 이미 광범위한 공감을 얻고 있다.

정부관계자는 부실기업의 제3자인수에 어떠한 특혜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으며 금융계 고위인사는 앞으로 쓰러질 기업들이 더 생겨 날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계속 번져갈 것임을 예고하는 지적이다.

한보및 삼미그룹의 도산으로 업계전체가 회오리에 휩싸인 철강분야
뿐만아니라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등이 모두 하나같이 과잉설비와
판매부진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은 국내산업구조가 중화학 공업위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경제성장과
수출증대에 큰 기여를 한 주력부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규모의 경제를 의식한 나머지 과잉투자의 덫에 걸렸고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기술개발에는 소홀해 덩치에 비해 국제경쟁력이
취약한 상태다.

따라서 구조조정을 서두르지 않으면 80년대초의 해운및 건설업처럼
두고두고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줄수 있다.

산업구조조정 뿐만아니라 기업경영의 의식전환도 시급하다.

자본도 기술도 없이 은행돈을 빌려 마구잡이로 기업덩치만 키우는
일은 더이상 용납될수 없다.

국내 30대그룹중 자기자본비율이 10%안팎인 그룹이 수두룩하고 심지어는
3%대에 불과한 경우도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과도한 차입경영에 대한
규제책을 강구하기 이전에 기업이 알아서 자제해야 할 것이다.

한편 삼미그룹의 경우 여러차례에 걸친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깅버확장을 막지 못한데는 거래은행의 책임도 크다고 봐야한다.

한보에 이어 삼미의 경우에도 권력실세의 개입설이 나도는데 관계당국은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밝혀야 할것이다.

끝으로 산업구조조정과 부실기업정리의 여파로 국내금융산업의 부실화마저
걱정된다.

이미 대외신용도는 떨어질대로 떨어졌으며 관련은행에 대한 자금지원
방안도 논의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꺼리고 몸을 사리고 있어 선의의 기업도산마저
걱정된다.

이럴때일수록 냉정한 신용평가로 자금중개기능이 원활히 수행되도록
힘써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