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우 전총리는 18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인동우회
정기총회에서 "경제활로 어디서 찾을 것인가"란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남전총리의 강연내용을 요약한다.

<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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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로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우리경제의 활로는 중소기업에 달려 있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민주화와 개방화의 거센 도전에 적절히 대응
하느냐이다.

개방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과제는 10년전인 지난 80년대에 이미
제기됐던 사안이다.

모든 식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고임금 고금리 고지가 고물류비용등 4고에
저효율 저부가가치 저기술등 3저가 합쳐져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지금껏 이와 관련해 개선된 것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기업의욕은 땅에 떨어지고 있다.

기업은 창의를 발휘해 신제품을 만들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등 의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경제적 바탕이 순탄치 못해 일부 기업인들은 근로자들과 싸우기도
싫고 살만하다 싶으니 기업을 그만두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기업이 할일을 찾지 못하고 경제전체가 활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경제활력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정부의 여건마련도 중요하지만 결국 믿을 수 있는 것은 기업 자신밖에
없다.

국제화와 정보화 추세가 본격화되면서 중소기업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이는 선진국의 예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선진국 기업의 경우 최근 정보화가 진전되면서 경영방식이 수직적구조에서
수평적구조로 급속 전환되고 있다.

소비자들도 종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정보를 얻고 있다.

인터넷을 활용하면 원하는 상품정보를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상품정보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TV채널도 있을 정도다.

정보화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범위는 넓어지고 그만큼 기호 또한
까다로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같이 급변하는 구매패턴의 변동이나 상품흐름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이 새로운 시대의 주역이 됨은 물론 한나라의 경제를 짊어지고
가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중소기업은 아직도 많은 난관에 봉착해 있다.

중소기업을 둘러싼 경제적 바탕이 몹시 불리하기 때문이다.

우리 중소기업이 공장 하나를 짓기 위해서는 20여개에 달하는 각종 법률을
거쳐야 하고 거기에 뇌물을 줘야 할때도 있다.

기업들이 바치는 뇌물은 GNP의 2.4%인 9조4천억원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정부는 2천5백건의 각종 규제를 완화했다고 하지만 기껏 허가를 등록으로
바꾸는 인허가 절차의 간소화에 불과하다.

이처럼 각종 규제가 근본적으로 고쳐지지 않는 것은 규제완화와 관련한
원칙과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진정한 규제완화를 위해서는 원칙과 기준이 먼저 서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재계가 무릎을 맞대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시장 메커니즘에 의한 자원배분이 무엇 때문에 왜곡되는지와 공익을 위해
부득이 규제를 할 때도 부정부패의 유발소지가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소수의 잘못을 다스리기 위해 다수를 포함해 규제할때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도 선진화를 꾀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창업관련 42건,자금지원 52건등 모두 2백58건의 각종 중기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메뉴에 비해 실효성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정부지원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지원의 선별화, 차별화 때문이다.

즉 지원정책을 일반화해 모든 중소기업이 혜택을 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업체에만 특혜를 주는 방식이어서 광범위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중소기업지원책을 몇가지로 압축해
집중적인 지원을 펴야 한다.

특히 수혜대상도 선별화,차별화가 아닌 일반화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은행들의 왜곡된 대출관행도 시정돼야 한다.

그동안 은행들은 자금거래가 많아 수수료 수입이 많고 예금규모가 커
외형을 키울 수 있는 대기업을 선호해 왔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는 대출손실이 발생할 경우 지점장이 퇴직금으로
물어내야 하는 등의 문제점으로 인해 대출상의 불이익을 받아 왔다.

이런 상황를 방치할 경우 대기업 편중의 금융구조는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근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안에 중앙은행의
독립과 함께 반드시 대.중소기업간 자금배분의 공평성 확보방안이 포함돼야
한다.

정부의 각종 시책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그동안의 관행을 보면 시책의 발표는 있지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챙기는 사람은 없었다.

정부차원에서 심사분석회의등을 통해 사업의 진행과정을 철저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은 구조적인 문제에다 경기순환상의
침체국면이 합쳐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자구능력과 저력이 있어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경제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