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완식 <한화에너지 사장>

저성장 고물가 무역수지 적자폭 확대 외채 급증 실업률 상승 주식시장
무기력 대기업 부도 사태 이런 현상들은 우리경제의 현주소이며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들이라는데에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의 심각성 자체 보다 더욱 우리를 난처하게 하는
것은 아무리 눈을 씻고 들러 봐도 문제를 속시원히 해결할 수 있는
처방책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은 한국경제에 대해 "기적은 끝났다"며
회의적인 평가를 내어 놓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우리경제의 사형선고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일까.

"자원의 투입량만을 늘려 고도성장을 계속해 왔다"는 것이 한국경제를
비판적으로 보는 경제석학들의 의견이다.

이들의 충고는 만약 우리가 기존의 방법을 고수한다면 수확체감의
법칙으로 그동안 보여왔던 높은 생산성은 얻을 수 없으며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기적의 끝"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경기순환론적 관점에서 단순히 메모리 반도체 석유화학등
우리의 주력분야의 경기가 되살아나기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한다.

또 달러화 국제금리 국제원유가격등 신3저시대에 대한 향수에 아직도
젖어 있는 것은 아닌지도 돌아봐야한다.

조금 기다리면 나아지겠지하고 두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지도 쟁정히
봐야한다.

그렇다면 감나무 아래서 연시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어리석은 사람과
견주어서 나을 것이 없다고 할수 있다.

과거 한때 잘 나갔던 사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백지를 마련해야 할때다.

그리고 그 위에 새로운 미래상을 그려내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기술 개발은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부족하다.

올해 초에 우리보다 한참을 앞서가고 있다고 생각되는 일본 경제계
조차도 시장변화에 신속히 대응치 못해 국가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올해를 "스피드 경영의 해"로 정했다고 한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의 빠른 변신이 필요하다.

비효율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관습을 도려내는 의식개혁으로 답습과
모방을 벗어나 독자적 핵심기술 개발로 기적을 만들어 나가자.

기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