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조선의 해상사고는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한다.

몇년전 우리나라에서도 씨프린스호 등 잇따른 유조선 침몰사고로 인근
바다의 생태계가 심하게 파괴되기도 했다.

선박건조와 해운에서 국제적으로 상당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이같은 새로운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 노르웨이 대사관은 11일 하얏트 호텔에서 ''해양오염
실태와 현황''이란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특히 주제발표자인 노르웨이 선급협회 스벤 울링 회장은 해양오염에 대한
국제적 규제가 강화될 경우 해운산업은 여타 운송업에 비해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이에대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환경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박건조 기술개발 뿐만 아니라 기업차원에서의
각종 인센티브도입 등 관리체계의 개선에도 주력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주제발표를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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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동안 세계 해운산업은 바다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여타 운송수단에 비해서는 해운이 그나마 환경친화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환경문제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곤 한다.

해운산업이 환경문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게 되면 여론이나 생태학적
결론은 더강력한 환경보호 규제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해운산업이 지속적인 운송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해운과 관련된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발해내야 한다.

그래야만 21세기에도 해운산업이 건재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TV를 통해 기름오염에 관한 방송을 청취하게 될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해상운송을 자연에 대한 위협존재로 인식하기 쉽다.

실제로 과학에 바탕을 두기 보다는 방송매체 등을 통한 환경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인들은 알래스카 해안에서 일어난 엑슨사의 발데즈 사건에 격분했다.

이 사건으로 엑슨사는 금전뿐만 아니라 그동안 쌓아올린 신용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 의회는 90년 기름오염방지법(OPA)을 만들어 국제 해운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기름오염방지법은 유조선의 선체를 2중으로 할 것을 명시했다.

이 법안은 또 오염자 부담원칙을 정립해 누출된 기름의 제거비용이 엄청난
액수라 할지라도 이를 유조선 소유자에게 부과토록 하고 있다.

해상오염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실제보다 훨씬 부정적인 것 같다.

기름유출사건은 육상사고가 해상사고의 2배를 넘는데다 훨씬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도 일반인들은 그렇게 생각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만 환경보호는 단순히 재해관리에만 국한되어서는 안된다.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더욱더 일관성있고 미래지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일반의 압력에 굴복해서 환경문제를 인식해서는 안되고 과학적인 근거에
따라 환경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기름오염은 사실 해상운송이 자연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제는 해상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나 부력조절용수 등의 오염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기름유출 자료를 근거하면 해상운송이 해상오염의 주범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전체 해상유출된 기름중 24%만이 해상운송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디조프난센 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94년의 경우 해상기름오염의
주범은 육지에서의 기름유출(50%) 때문으로 나타났다.

또 대기오염으로 인해 해상이 오염되는 것이 13%였다.

70년대 중반이후 해상운송과정에서 바다의 기름오염은 크게 감소해왔다.

85년에서 91년까지 해상을 통한 석유거래량은 33% 증가한 반면 해상운송
과정에서의 기름유출사고는 60%이상 감소했다.

이는 해상을 통해 운송되는 석유의 99.98%가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우수한 기계설비를 도입함으로써 폐유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게 되면
선박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름유출은 어느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해상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에도 유의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해상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활성유기화합물(VOC)은 해마다
1백50만t에 이른다.

이같은 규모는 해상운송과정에서 일어나는 기름유출량의 약 3배에 달하는
것이다.

또 전체 수송석유량의 0.1%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해안지역에 내리는 산성비에 포함된 질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의
5~10%가 해상운송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기술의 개발로 해상운송에서 발생하는 질산화물은
70~90%까지 줄어들었다.

황산화물은 80%가량 줄이게 됐다.

현재 국제해사기구(IMO)는 해상운송으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규제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이는 몇년후엔 효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해상운송선박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은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해운업이 낙후산업으로 뒤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벙커유는 석유정제과정에서 생기는 저질유이다.

벙커유를 해상운송선박의 동력원으로 이용함으로써 비용절감 연료문제와
폐유처리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해상운송선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에 의해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해상운송선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들어 새로운 디자인의 유조선 개발을 통해 해상기름 유출사고를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각종 규제도 가해지고 있다.

20만DWT를 넘어서는 초대형유조선(VLCC)은 66년에 처음 진수되었다.

전세계에 걸쳐 이같은 초대형유조선은 70년에 65척으로 급증했으며 74년에
이르러서는 1백17척으로 늘어났다.

특히 74~76년까지 단 3년사이에 초대형 유조선은 3백11척이 불어났다.

이 시기에 건조된 초대형유조선의 수는 이후부터 92년까지 건조된
유조선의 70%에 달하는 것이었으며 현재까지도 운행되고 있다.

66년부터 진수돼 운행에 들어간 초대형유조선은 선체가 한겹이었다가
90년 6월 이후부터는 2중선체로 된 유조선이 건조됐다.

이는 93년 7월부터는 충돌시 기름유출을 막기위해 2중선체로 설계토록
해사법에 명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만 따질 경우 아직은 90년 이전에 건조된 대형 유조선이
더 유리한 실정이어서 유조선의 기름유출위험은 어느정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기름유출로 인한 해상오염방지를 위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석유관련회사 및
알래스카 지방의회는 95년에 2개의 미국대학에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PWS)
위험평가 프로젝트를 의뢰했다.

이는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 지역에 배치돼있는 기름탱크로부터의 기름유출
위험측정과 함께 이같은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도를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이 프로젝트는 현대적인 위험분석기법으로 해상환경을 어떻게 보전할 수
있을 것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의 하나다.

한편 그동안 해상운송에 대한 국제적규제는 선체 기계 선박장비 등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기름유출사고들을 분석해보면 기술적인 측면의 선박
관리규제는 안전한 해상운송을 위한 목적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다 이제는 승무원관리체계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모든 사고의 80%정도는 사람과 직접 관련돼 있다.

사람의 실수에 의해 유발된 사고는 대부분 관리체계의 부재에서 온다.

이는 앞으로 해운산업은 안전과 환경관리체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환경오염에 대한 규제에 있어서도 이제는 명령조적이고 사후적인 규제에서
탈피해야 한다.

환경과 관련된 다방면에 걸쳐 환경보전을 위한 동기부여에 초점을
맞춰가야 한다.

전향적이며 목표설정이 뚜렷할 경우 혁신과 환경문제해결의 기회가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위험가능성에 바탕을 둔 규칙과 규제도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해운업 부문에서 환경보전노력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규제와 통제뿐만
아니라 경제적 인센티브도 동시에 주어져야 할 것이다.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것보다 새로운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수 있다.

환경보전차원에서 포상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생태학과 경제학은 기업입장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자연은 그저 얻어지는 상품이 아니다.

사업에 필요한 대부분의 자산처럼 자연도 그런 자산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자연이 훼손되면 될수록 비용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앞으로 해상운송업이 지탱해나가기 위해서는 환경친화적이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환경문제가 의사결정에 있어 중요한 열쇠가 되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개발과 함께 보편적인 인식의 변화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 정리=박영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