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은 한국통신주식의 상장이 금년 상반기중에도 어려우리란
소식이다.

보도에 따르면 재경원관계자는 "한국통신주식을 올 상반기중 상장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미룰수 밖에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년상반기가 아직 석달이상 남아있기 때문에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경기침체가 더욱 깊어지고 증시전망도 불투명한데다 한국통신의
주식물량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취약한 시장구조에서는
물량부담이 무척 클수밖에 없다.

한국통신의 민영화 방안으로 지난 93년부터 시작된 주식매각은
지난해말까지 총발행주식 2억8천7백91만주의 24.7%인 7천1백3만주가
이뤄졌다.

이를 상장시킬 경우 싯가총액은 거의 12조원정도가 늘어나고 이중
정부가 보유하고 잇는 75.3%를 제외한 유통가능물량만 따져도 3조원에
육박한다.

때문에 정책당국이 상장을 연기시키는 이러한 곤혹스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우리가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정부가 스스로 내건 상장약속을
이처럼 한번도 아닌 여러차례나 어겨도 되느냐는 점이다.

한국통신주식은 매각이 시작되면서부터 "언제 상장되느냐"가 투자자들의
관심이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처음에 "95년중"이라고 얘기했으나 지켜지지 못했고
특히 지난해 10월과 11월의 두차례 매각때는 입찰계획서에서 "증시동향을
보아 97년 상반기중 상장하겠다"고 못박았었다.

정책당국의 일각에서 이것도 연기가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애기가 나오고
있으니 뭐가 뭔지 모르겠다.

어찌보면 주식매각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내건 유인책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해볼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가 그렇게까지 계획적인 거짓말을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무책임하고 무계획적인 정책발상이나 약속위반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증시상황을 보아 추진한다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으나 불확실한
증시전망을 도외시한채 약속을 한 것 자체가 무책임하려니와 만약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대한 대안의 마련없이 무작정 연기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무계획한 정책처방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정부는 이같은 약속을 믿고 한국통신 주식을 매입한 수많은
투자자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물론 사채시장에서 거래가 된다고는 하지만 환금성을 제약받고 있다.

언제까지 연기만 하고 있을 것인가도 문제다.

공급물량을 늘려도 시장이 소화할수 있는 자생력이 생길때까지 미루겠다는
것은 대안이 될수 없다.

또 상장연기가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미뤄놓는데
불과하거나 더 키워가는 것은 아닌지,이러한 약속 위반이 한국통신주식매각
의 차질을 가져오게 하는 원인은 아닌지 정책당국은 다시한번 신중히
검토해보기 바란다.

여건변화를 감안치 못한 민영화계획도 문제지만 그 집행이 오락
가락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