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노동법재개정작업이 여-야간 "총론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쟁의기간중 임금및 노조전임자 임금문제등 마지막 몇가지 장애에 걸려
표류하고 있다.

이 두 핵심쟁점은 아직 완전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협상시한인
8일까지는 경제논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절충에 의해 일괄타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쟁의기간중 임금문제는 여당이 사용자의 임금지급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못박아야 한다는 당초 입장에서 후퇴, 무노-무임 원칙을 명시하지 않는 대신
노조의 임금요구 쟁의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을 둔다는 절충안을 내놓아
어느정도 여-야간 의견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또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은 5년후부터 금지시키되 노사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해 이 기금에서 임금을 지급토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두가지 미합의 쟁점은 당초 불합리한 관행의 개선이라는 차원에서
노동법 개정작업에 포함된 사항이다.

따라서 법개정의 기본취지를 존중한다면 쉽게 풀릴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지금 자본주의체제의 기본원리이자 국제적으로 보편화
돼있는 무노-무임 원칙을 새 노동법에 명시하지 않고 조사자율적 판단에
맡기자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근로의 대가로 지불하게 돼있다.

따라서 근로가 제공되지 않은 파업및 직장폐쇄기간중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여-야는 무노-무임 원칙을 선언적으로만 규정할 것이 아니라 원안대로
임금지급 금지를 명문화해 규정해석에 따르는 분쟁의 소지를 아예 없애야
한다.

도 하나의 쟁점인 노조전임자임금에 관한 논의도 법개정취지와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당초의 개정안을 보면 노조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지급은 5년뒤부터
금지하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여당은 협상 막바지에서 야당측의 공동기금조성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듯하다.

노사공동기금은 말이 좋아 "공동"이지 결과적으로 5년뒤에도 사용자가
노조전임자에게 계속 임금을 지급하라는 것과 다를바 없다.

이는 잘못된 관행을 그대로 두자는 말밖에 안된다.

사용자가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국제관례에도 어긋날
뿐더러 교섭상대방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돼 논리적으로도 명백한
모순이다.

또 5년간 유예하는 것 자체도 우리기업의 형편상 수용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당장 지급금지가 곤란하다면 유예기간중 매년 20%씩 지급을
줄여나가는 방안은 검토될수 있다고 본다.

협상시한에 쫓기는 여당이 어떻게든 여-야 단일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야당과 노동계의 주장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닌다면
노동법개정은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하다.

급할수록 정신 똑바로 차리고 법개정의 기본정신이 변질되지 않도록
책임있는 결정을 내려주길 거듭 당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