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전자산업진흥회 부회장>

90년대들어 세계 경제는 사회주의 몰락과 정보.통신의 발달, 그리고 관세
비관세장벽 축소로 단일 시장경제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전세계가 전세계를 상대로 다투는 이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국내 가전업계
에도 글로벌화의 바람이 거세다.

가전산업 글로벌화의 대표적인 형태는 해외직접투자의 급격한 증대다.

이미 컬러TV의 해외생산 비중은 50%를 넘어섰으며 VTR는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냉장고 등 기타 가전제품의 해외생산 비중도 30~40%에 달하고 있다.

2000년대가 되면 기존 가전제품 전 품목 생산량의 50~70%가 해외현지공장
에서 생산된다.

이같이 해외직접투자가 증가하는 것은 세계경제의 상호의존성 증대와
지역 블록화 심화 등에 따라 시장을 선점 또는 개척할 필요성이 점차 증대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고비용 저효율구조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보완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특히 기술획득형 투자를 통한 첨단기술 습득 및 경영자본 축적은 국내
경제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기업의 글로벌화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해외 직접투자의 증가로 해외 지사 및 현지공장의 인력규모가 국내 본사의
인력규모를 넘어서는 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에 따라 본사 핵심기능인력이 확대 강화되고 관련 전문서비스 직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노동인력의 고급화도 이루어지고 있다.

선진업체의 상표와 기술력 유통망등을 단기간 내에 확보하고자 하는 해외
기업 M&A가 활발하며 해외 선진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미국 일본의 대형 가전사들과 판매제휴를 맺거나 생산기술을 서로 제공키로
하는 등 상호협력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또 가전사들의 해외연구소를 통한 선진 정보 및 기술인력 교류도 활발하다.

이같은 기업의 세계화는 제품별 공정별 최적분업체제의 구축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고 신제품 수입규제 국제환경규제 등에서도 국내외
업계의 공동대응을 가능케 해 주고 있다.

그러나 가전산업의 글로벌화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해외투자확대는 "국내 산업의 공동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자본재 및 원부자재에 대한 수출촉진효과의 감소나 해외현지 생산품의
역수입문제, 국내 기술기반의 상대적 약화는 부작용으로 지적되고 있다.

세계화에 따른 유통시장의 개방도 문제다.

올해 가전제품 수입은 수입선다변화 해제 등에 따라 지난해에 비해 1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 가전내수 예상 성장률이 5%에 미치지 않는데 비하면 매우 급격한
증가세다.

특히 소니 등 브랜드이미지 면에서 압도적인 일본 가전기업들과 일본 가전
양판점들의 국내 영업이 강화될 것으로 보여 국내 업체들은 한층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직접투자는 그러나 범세계적 경쟁구도, 국내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하
에서 기업의 존립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전세계적인 최적생산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외투자에
대한 자기자금 조달비용 등 규제를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

최소한 산업공동화의 우려가 없거나 극히 적은 품목에 대해서만이라도
그렇다.

가전업체로서는 전세계적 최적생산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부단한 기술개발과
전문화로 세계일류 제품을 만드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또 유통시장 개방에 대응한 한국형 가전제품 생산에도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