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신문 대신 봐줄 사람 없어"

A신문 뉴미디어부의 이지선 기자는 밤늦게 회사에 남아 신문보는 것이
정말 싫었다.

신문사에서는 매일 전체 부서가 밤 8시까지 남아 경쟁사들의 다음날짜
가판신문을 뒤적이며 자신이 담당하는 분야와 관련된 내용의 기사를
찾아봐야 하는 것.

몰랐던 내용을 다른 신문사 기자가 발빠르게 기사화한 소위 "물먹은
기사"가 있을 땐 기분을 완전히 잡친다.

신경질까지 난다.

"뭘 하고 다니느냐"는 부장의 짜증섞인 잔소리도 들어야 한다.

뭔가 새로운 일을 찾고 있던 그가 "뉴스클리핑" 즉 "신문 대신 봐주기"를
떠올리게 된 계기다.

이지선 드림 커뮤니케이션스 대표(33)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구속받기를 싫어한다.

대학시절 (서울대 영문학과)은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보냈다.

술보다는 술자리의 분위기가 좋았다.

지금은 남편이 된 과동기와 연애도 했다.

기자직을 선택했던 이유도 그만둔 이유도 자유롭고 싶어서였다.

87년 대학을 졸업하고 1년간 모 금융회사에서 근무하다 그만두고
기자직을 택했다.

따분한 사무실생활대신 많은 사람을 만나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
좋다는 생각이었다.

전자전문지에 입사했다.

컴퓨터에 대해선 잠깐의 직장생활에서 배운 워드프로세서 사용법 밖에
몰랐지만 컴퓨터부 국제부 등을 거치며 이 분야에 대한 인맥과 지식을
쌓아갔다.

책도 쓸 정도가 됐다.

특히 지난해 번역, 발간한 "빌 게이츠 훔치기"는 유명한 베스트셀러
(회사가 부도나 돈은 못벌었다). 욕심이 생겼다.

신문을 전자매체화하고 싶었다.

앞으로는 정보가 우리 삶을 좌우하리라는 신념에서였다.

신문의 공공성보다는 유익한 내용의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새로 생긴 모종합지의 뉴미디어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렇지만 생각보다는 전자화의 진도가 더뎠다.

한계를 느꼈다.

10년 뒤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표를 냈다.

지난해의 일이다.

사업을 하기로 했다.

방향은 정보통신 분야의 벤처기업을 위한 "뉴스 클리핑"을 비롯한
홍보컨설팅으로 잡았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진 회사라도 홍보를 하지 않으면 알아주지
않는다.

"어둠속의 윙크"나 마찬가지.

요즘은 특히 신생기업들 사이에도 "인지도는 무형의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시장전망은 밝았다.

장외시장이 발달한 덕분이다.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인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다.

몇몇 창업투자회사를 끌어들여 벤처기업을 하나 세웠다.

올 초였다.

"벤처기업의 홍보를 대행하는 벤처기업"인 셈.

자본금 9천만원의 초미니 홍보대행업체다.

서울 여의도 한서오피스텔의 10여평 사무실에다 직원은 사장포함
5명이다.

이지선씨는 자신있다.

뉴스클리핑은 가판신문을 밤늦게까지 체크해서 필요한 기사를 팩스로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에 따로 신문을 보는 사람을 둘 필요가 없다.

대신 고객사가 어떤 기사를 필요로 하는지를 서비스업체가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있다.

전자.정보통신 관련업체의 홍보에 있어서도 자신보다 경쟁력있는 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광범한 인맥과 직접 기사를 써본 경험은 그가
지닌 자랑스런 쌍칼.

기자가 원하는 정보를 구미에 맞게 가공해서 제공한다는 얘기다.

그는 꿈을 꾼다.

또다른 자유를 위해서다.

드림 커뮤니케이션스를 최고의 홍보컨설팅업체로 만드는 것은 그 일부다.

데이터퀘스트나 IDC를 능가하는 정보공급업체로 만드는 것이 진짜다.

신문정보를 가공.제공하거나 기업 홍보를 대행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독자적인 정보를 생산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훗날의 얘기죠. 그렇지만 먼 미래는 아니예요"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