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동 <한국개발연 연구위원>

모택동이 정치.외교를 이끈 시대와 비교해 보면 등소평이 주도한 외교는
한 마디로 경제우선의 전방위 유화외교(전방위 유화외교)라고 할수 있다.

즉 정치보다 경제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었다.

당연한 결과지만 외교도 경제건설에 봉사하는 것이 제1의 목표였고
무엇보다도 평화로운 국제환경을 확보하는 것이 그 주요과제였다.

등소평 이후의 중국의 대의전략은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그 가운데서도
대한반도 전략은 어떠할 것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등소평이후의 중국 외교는 유화정책을 기조로
하면서 때로는 인민해방군의 민족주의적 주장에 의해 강경정책이 돌출할
수도 있다.

이는 등소평과는 달리 강택민은 군부의 지지기반이 없고 인민해방군
역시 현재 장병의 사기와 직업의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키
위해 인민해방군이 자신들의 이익과 강경한 대의 자세를 연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군부의 지지기반이 약한 강택민 체제의 중국외교의 특징 가운데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3개의 "3각전략"이다.

중국은 앞으로의 아시아.태평양지역을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ASEAN의
"5극 상호제약 관계"로 보고 특히 대.중.소 세가지 "3각"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외교전략을 펴나간다는 계획이다.

첫째는 중국 대만 홍콩의 "소3각"관계, 둘째 중국 아시아신흥공업국
ASEAN의 "중3각"관계, 셋째는 중국 미국 일본의 "대3각"관계이다.

중국이 생각하는 최선의 전략은 "영고성쇠를 같이하는 소3각에 의거해
경제발전에서 상호보완적이면서도 경쟁적인 중3각을 획득해서 마찰과
충돌이 발생하는 대3각에 대항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틀 속에서 향후 중국 대외정책의 향방을 전망하면 먼저 홍콩에
대해서는 오는 7월1일 반환을 최대한 성공리에 마무리 지으려 할 것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중국은 홍콩을 같은 운명공동체라 여기기 때문에
급격한 정치제도의 이식으로 인한 홍콩의 혼란을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홍콩 문제에 대해서는 대만 역시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대만과의
1국2제에 의한 원만한 통일을 위해서도 홍콩의 안정은 필수적이다.

대만과의 1국2제에 의한 정치적 통일은 많은 시간을 요하겠지만,
경제교류는 앞으로도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이것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서로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만의 독립은 앞의 구조에서 조명할 때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ASEAN 에 대해서는 현재 남사군도의 영유권문제를 둘러싸고 베트남,
필리핀등과 갈등관계에 있다.

하지만 중국으로서는 이들과의 갈등관계는 그들의 외교전략상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중국은 남사군도에 대해 영유권 문제는 일단 보류하고 공동개발
이라는 제안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으로서는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현재 미국과 일본이 정치.경제적으로 중국과 깊은 유대관계에 있긴
하지만 내심으로는 중국의 경제대국화.군사대국화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즉 중국이 주화사상으로 무장한 채로 부국강병화 되면 중국은 이들에게는
"골칫덩어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해 미국과 일본이 끊임없이 간섭하는 것도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은 항상 인권문제를 통상이나 경제원조와 결부시키고
있고, 이것이 중국의 자존심을 크게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즉 빵을 가지고 내정간섭을 한다는 것이다.

작년의 미.일 신안보 조약이나, 중국.러시아의 북경선언은 중국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이러한 우려가 배경이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중.미.일 사이의 이러한 미묘한 관계는 21세기에도 여전히 동북아시아를
불안하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이 되리라 여겨진다.

끝으로 등소평 사후의 중국의 남북한에 대한 정책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중국은 자기들의 발전을 위해서는 주변국들의 정치적 안정이 필수적이라고
여기고 있고 더군다나 중국의 외교구도 속에서 한반도가 차지하는 역할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의 정책구조를 크게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즉 지금까지와 같이 한국과는 경제적 교류를 더욱 더 활성화시키고
북한과는 일정 범위내에서의 경제원조를 계속하면서 김정일의 안정적인
권력승계를 지원할 것이다.

그리고 남북한 모두에게 우호적이라는 인상을 심기위해 남북한간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중재할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게 될때 당장의 현안으로 되어 있는 황장엽 노동당
비서의 망명 사건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조용히 해결할
것이며, 이에 대한 어떤 형태로든 대가를 북한에 제공할 것이다.

즉 중국의 9차 5개년 계획기간이 끝나는 2000년까지 계획되어 있는
매년 식량 60만톤, 원유1백30만톤, 콕스탄 2백50만톤의 지원을 늘리는
것이 하나의 안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은 김정일의 권력승계를 도우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외 중국기업의 북한투자를 독려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 볼 수 있다.

아울러 남한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진출이나 정부차관을 간접적으로 바랄
수도 있다.

지역간 소득격차와 2억 2천5백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는 실업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국 역시 우리에게 중국 내수시장의 개방이나 대형국책사업에의
참여라는 선물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로서는 중국의 이와 같은
우호적인 태도가 언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중국과 미.일간의 미묘한
관계에서 우리가 그들에게 우호적이기를 바란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펼쳐지는 정책이라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