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의 유통구조가 급속히 바뀌고 있다.

지난 90년이후 화장품 판매의 주요 통로 역할을 해온 시판시장이 가격질서
혼란이라는 문제를 야기하면서 슈퍼마켓 할인점 약국 등이 화장품의 새로운
유통경로로 떠올랐다.

방문판매방식을 변형한 신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도 신생업체와 수입업체를
중심으로 점차 자리를 넓혀가는 추세다.

게다가 오는 4월께부터는 오픈프라이스제가 실시된다.

오픈프라이스제가 도입되면 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업체가 소비자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시판시장의 관행인 가격할인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화장품 유통에 일대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시판시장.

제조업체가 "거품가격"을 매겨 놓고 판매업소에서 50%이상 할인하는 방법은
더이상 사용할 수 없다.

"할인"이라는 무기의 사용이 불가능해지는 만큼 시판시장은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이커-대리점-전문점의 도소매단계로 이어지는 시중판매방식은 지난 84년
LG화학이 화장품사업에 뛰어든 이래 확대일로를 걸어 왔다.

80년대말까지만해도 커다란 가방을 들고 대리점주와 미용사원이 짝을 이뤄
집집마다 방문하던 방문판매가 주류를 이뤘으나 90년대 들어 대세가
바뀌었다.

작년까지만해도 화장품 총판매(2조8천억원)의 70%가 할인코너를 통해서
시판됐다.

하지만 할인판매로 일컬어지는 시판은 화장품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과 화장품업체들의 부실화를 초래했다.

각사가 시판에 영업력을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할인율 경쟁이 벌어지고
그로인해 화장품 메이커들의 수익구조는 급속히 악화됐다.

할인율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은 화장품업계 전체를 불신하는 상황이 됐다.

시판시장의 이같은 난맥상과 맞물려 탄생한 것이 신방문판매.

신방판이란 하위판매원과 여러 단계의 상위관리자로 구성된 판매조직이
특정 화장품업체의 제품을 팔아주고 실적에 따른 수당을 타는 방식이다.

다단계의 소비자겸 판매자로 이뤄진 다단계판매와 다르며 단순 방문판매와도
구별된다.

고가에다 고급이미지를 가진 제품만을 취급하는 이 판매방식은 할인이 거의
없어 회사측으로선 가장 짭짤한 장사를 할수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신생업체인 코리아나화장품이 이 방식으로 급성장하자 태평양 한국화장품
에바스 한불화장품등이 잇따라 이 시장에 참여, 각축전이 치열한 상황이다.

슈퍼마켓을 통한 화장품 판매는 제일제당이 지난 94년11월 처음 도입했다.

이후 태평양 LG생활건강 등이 잇달아 슈퍼마켓 판매에 참여해 판매규모가
급속히 늘고 있다.

슈퍼판매망은 오픈프라이스제가 실시될 경우 시판시장에서 할인의 매력을
잃고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을 끌어당길수 있는 곳으로 인식돼 각 업체
마다 이 시장 참여를 검토중이다.

불황이 장기화될 것이란 예측도 중저가제품위주 슈퍼판매망의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다단계판매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이 시장도 무시못할 유통망의
하나로 등장하고 있다.

다단계판매시장의 거인으로 군림하고 있는 한국암웨이를 비롯 풀무원
진로하이리빙등 1백여개의 다단계업체 대부분이 화장품을 취급할 정도이다.

이에따라 LG생활건강 쥬리아 참존등 화장품업체들과 다단계업체들의 전략적
제휴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약국도 화장품유통대열에 끼어들었다.

온누리건강 베데스다등 약국체인가맹점들이 1만~8만원대의 기능성화장품
판매에 나섬에 따라 제조업체도 약국유통망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LG생활건강의 경우 "이지오쎄아"란 약국전용화장품까지 내놓았다.

최근 1~2년사이 전례없이 판매망이 다양해지면서 화장품업체들은 각 경로의
특성에 따른 가격대와 품질의 차별화에 고심하고 있다.

태평양은 백화점 시판 방판 신방판등 다양한 경로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라네즈 마몽드 미로등 경쟁력이 가장 강하고 인지도가 높은 제품은 시판
시장에서 소화한다.

중가격대의 대중브랜드로 중소업체의 틈새파고들기를 방어하기 위해 강력한
판촉전략을 펼치고 있다.

방문판매를 통해 헤라 프리메라 고아등 제품을 판매한다.

이들 제품의 특징은 우선 고가에다 기능성이 높고 판매자의 조언과 지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철저한 서비스가 선행돼야 하는 제품이다.

신방판에서 취급하는 베리떼도 이와 비슷한 유형의 제품.

슈퍼매장에선 "쥬비스"와 같은 저가제품을 내놓고 있다.

LG생활건강도 시판 백화점 슈퍼 미용실 약국 신방판등 가능한 유통망을
모두 활용하고 있다.

시판라인도 드봉과 이자녹스브랜드로 구분, 각각 판매업소를 달리하고
있다.

드봉라인에서는 주력브랜드인 20대용 이지업과 30대용 뜨레아, 중년여성용
레스피아등을 판매하며 이자녹스라인에선 자연성 기능성을 강화한 이자녹스
아제리스등 제품을 정가에 팔고 있다.

또 백화점매장을 통해 고가의 이모떼제품을 시판중이다.

슈퍼경로에도 참여, 오데뜨브랜드의 기초및 색조제품을 내놓고 이 시장의
석권을 노리고 있다.

미용실등 전문업소도 놓칠수 없는 시장이다.

헤어제품인 실커스가 이 경로에서 판매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