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환율 급등이 기업경영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원자재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더욱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특히 원가에서 차지하는 수입 원자재의 비중이 82%로 매우 높은 정유
산업의 경우 더욱 견디기 힘든 시련이다.

수입한 원유는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달러 환율의 급등은 일반소비자가
사용하는 휘발유등 석유제품의 가격 인상요인이 된다.

지난해에 이어 계속되는 환율급등은 국내 정유사에 엄청난 규모의
환차손을 안겨주고 있다.

그것은 원유수입시 "유전스"가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스란 외국으로부터 외상으로 원재료(원유)를 구입하고 그 구입대금은
그 원재료를 이용하여 생산된 제품(석유제품)을 판매하여 회수한 금액으로
상환하는 단기 외상거래 형태로서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것이며 정유산업.
철강 등 대규모 원자재 수입산업에 없어서는 안될 제도이다.

정유산업이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여 대금을 회수하는 기간(자금 1회전
기간)은 통상 1백26일 수준으로 다른 산업에 비해 비교적 길며 원가에서
차지하는 원재료비의 비중이 높은 관계로 1백64일(95년실적기준)에 걸친
유전스금융으로 운영자금 부담을 해소하고 있다.

대금결제기간인 유전스기간이 자금1회전 기간보다 긴 것은 원유도입시
운임 보험료 관세 수입부과금 등 추가적인 자금소요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와같은 유전스금융을 이용함으로써 원유도입시점과 대금결제일 사이에
환율차이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것이 "유전스 환차손익"으로 나타나는 것이며
요즘같이 환율이 급등하게되면 정유사 등 수입업자에게는 막대한 환차손이
발생하게 된다.

참고로 환율이 10원상승하면 원유도입시 정유업계에 연간 약 6백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하며 30원이 상승하면 약1천9백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한다.

이와는 반대로 수출산업에 있어서는 대규모 환차익이 발생하게 되기
때문에 그만큼 원가의 인하요인이 발생하여 수출촉진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정유산업은 대규모장치산업으로서 현재 석유수요의 증가와 고급화에
따라 시설 확장과 함께 시설고도화(탈황 분해 등)를 병행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건설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며 그 소요자금의 일부를 외국으로
부터 장기 차입형태로 도입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환율이 급등하면 필연적으로 이러한 장기외화차입금에서도
환차손이 발생한다.

외화차입금 역시 유전스금융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차입시점과 상환 또는
결산시점의 환율차이로 인해 환차손이 발생하여 경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96년이후 급증하고 있는 환차손 등의 영향으로 정유사의 정유부문 손익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국내 석유의 안정 공급을 위해서는 중요한 원가항목인 유전스 환차손이
판매가격에 적정하게 반영될 수 밖에 없다.

최근 석유제품가격의 인상은 국제유가의 상승과 환율급등에 따른
결과임을 소비자들이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김건흡 < 대한석유협회 상무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