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금시장에서 통화당국의 통화환수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시중금리가 불안한 조짐을 보이자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서둘러 해명에
나섰다.

한은발표는 현재의 시중유동성이 적정수준이며 앞으로도 금리및
환율동향을 고려해 통화공급을 신축적으로 하겠다는 내용으로 시의적절
했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이달중 통화증가율은 MCT기준으로 지난달과 비슷한 18.5%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미미한 설비투자와 낮은 경제성장률을 생각하면 높은
감도 없지 않으나 경상수지적자로 해외부문에서 통화가 환수되고 있고
한보부도 이후 자금시장의 심리적 불안까지 고려하면 대체로 적정하다고
본다.

한쪽에서는 환율안정을 위해 보유달러를 매각함으로써 통화수위가
낮아지는 반면 다른쪽에서는 RP(환매채)매입을 통해 돈을 푸는 것을
통화정책의 일관성이 없다고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도 없다.

어차피 개방경제에서의 금융정책은 통화뿐만아니라 외환,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뒤 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는 시중유동성이나 통화공급량이 아니라 풀린 돈이 실물경제로
가지 않고 금융기관사이를 맴도는 현상에 있다.

판매부진및 한보부도사태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자금융통에 애를 먹고
있지만 풀린 돈은 채권매입이나 달러사재기에만 몰리기 때문이다.

금융이 실물경제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핏줄이라면 거액의
부실채권으로 인한 동맥경화도 문제지만 몸의 구석구석에 퍼져 있는
모세혈관의 기능저하도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시중유동성을 넉넉히 유지하는 동시에 한보부도사태에
따른 뒷처리를 서둘러야 하겠다.

현재 한보부도로 시중은행은 물론 종합금융 증권 할부금융 신용금고
등 제2금융권의 피해도 막심하다.

게다가 최근 PC유통업계의 연쇄부도사태까지 겹쳐 중소기업들이
많이 이용하는 할부금융사나 파이낸스사는 돈줄이 바닥난 상태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풀린 돈이 은행에서 제2금융권을 거쳐 할부금융및
파이낸스사도 원활하게 흘러갈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줘야 할것이다.

한예로 지난번 종합대책에서 제시된 특례보증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보철강에 대한 추가지원문제도 당국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즉 국가기간산업으로 정말 한보철강의 회생을 위한 자금지원이 불가피
하다면 적어도 시설자금만큼은 정부재정에서 지원해줘야 할것이다.

아무런 대책없이 한보부도로 이미 골병이 든 관련은행들에게 추가지원
부담을 떠넘기면 자칫 전체 금융시장 나아가 국민경제전반을 짓누를
염려가 있다.

물론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의 방만한 경영및 정경유착 그리고
관치금융을 다시는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

기업들은 수익성위주로 사업을 재편성하고 기술개발과 생산성향상에
매진해야 한다.

금융기관도 책임경영이 보장되도록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고 있는 중소기업들로서는 당장 아쉬운
것은 신속한 부도뒷처리및 자금경색의 해소다.

관계당국은 최우선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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